가면을 쓰고 춤추리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낳아준 엄마 아빠? 어디로 갔는지 몰라
어느 순간부터 여기 있었고 여기가 나의 터전이야
가진 것이라고는 볼 수 있는 눈과 느낄 수 있는 코와 움직일 수 있는 다리
쓸데없는 꼬리
이게 전부인걸.
내가 그저 그런 고양이로 보일지 몰라도
나도 꿈이란 게 있어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푹신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에서
냄새가 좋고 부드럽게 씹히는 음식으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는
단잠에 빠지는 거지.
그게 내 꿈이야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아?
사실 나도 세상을 알만큼 알아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고양이들과는 다르지.
혼자 남겨진 어느 날 우연히 인간들이 사는 집을 지나칠 때 보게 되었어.
공원 같은 넓은 거실에 고급사료와 깨끗한 물이 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따스해진 몸을 쭉 펴며
다시 낮잠을 청하는 녀석들.
그들을 집고양이라고 불렀어.
처음에는 무척 놀랬지 와 저럴 수도 있구나.
집고양이들과 얘기할 기회를 살펴 얼른 물어보았지.
'너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니?
너처럼 여기에 머물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지
'나도 몰라. 그냥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 있었어'
그곳 뿐만 아니라 집고양이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
이집 저집, 인간들과 생활하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나와 같은 존재들.
그 아이들이 부러웠어
내가 눈 뜬 곳은 여기 이곳 이었거든
그리고는 문득 떠올랐지.
아 세상은 불공평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