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그림 Oct 03. 2018

2. 불공평한 세상

가면을 쓰고 춤추리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낳아준 엄마 아빠? 어디로 갔는지 몰라

어느 순간부터 여기 있었고 여기가 나의 터전이야

가진 것이라고는 볼 수 있는 눈과 느낄 수 있는 코와 움직일 수 있는 다리

쓸데없는 꼬리

이게 전부인걸.


내가 그저 그런 고양이로 보일지 몰라도

나도 꿈이란 게 있어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푹신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에서

냄새가 좋고 부드럽게 씹히는 음식으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는

단잠에 빠지는 거지.

그게 내 꿈이야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아?



사실 나도 세상을 알만큼 알아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고양이들과는 다르지.

혼자 남겨진 어느 날 우연히 인간들이 사는 집을 지나칠 때 보게 되었어.

공원 같은 넓은 거실에 고급사료와 깨끗한 물이 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따스해진 몸을 쭉 펴며

다시 낮잠을 청하는 녀석들.


그들을 집고양이라고 불렀어.

처음에는 무척 놀랬지 와 저럴 수도 있구나.

집고양이들과 얘기할 기회를 살펴 얼른 물어보았지.

'너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니?

너처럼 여기에 머물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지

'나도 몰라. 그냥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 있었어'


그곳 뿐만 아니라 집고양이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

이집 저집, 인간들과 생활하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나와 같은 존재들.



그 아이들이 부러웠어

내가 눈 뜬 곳은 여기 이곳 이었거든

그리고는 문득 떠올랐지.


아 세상은 불공평하구나.







이전 01화 1. 살아남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