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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그림 Oct 03. 2018

2. 불공평한 세상

가면을 쓰고 춤추리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낳아준 엄마 아빠? 어디로 갔는지 몰라

어느 순간부터 여기 있었고 여기가 나의 터전이야

가진 것이라고는 볼 수 있는 눈과 느낄 수 있는 코와 움직일 수 있는 다리

쓸데없는 꼬리

이게 전부인걸.


내가 그저 그런 고양이로 보일지 몰라도

나도 꿈이란 게 있어

따뜻한 햇빛이 내리쬐고 푹신하게 몸을 맡길 수 있는 곳에서

냄새가 좋고 부드럽게 씹히는 음식으로 기분 좋게 배를 채우고는

단잠에 빠지는 거지.

그게 내 꿈이야 상상만으로도 행복하지 않아?



사실 나도 세상을 알만큼 알아

아무것도 모르는 그런 고양이들과는 다르지.

혼자 남겨진 어느 날 우연히 인간들이 사는 집을 지나칠 때 보게 되었어.

공원 같은 넓은 거실에 고급사료와 깨끗한 물이 있고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에 따스해진 몸을 쭉 펴며

다시 낮잠을 청하는 녀석들.


그들을 집고양이라고 불렀어.

처음에는 무척 놀랬지 와 저럴 수도 있구나.

집고양이들과 얘기할 기회를 살펴 얼른 물어보았지.

'너는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니?

너처럼 여기에 머물려면 어떻게 해야 하니?'

그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지

'나도 몰라. 그냥 눈을 뜨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 있었어'


그곳 뿐만 아니라 집고양이들이 꽤 많이 있다는 것도 알았지

이집 저집, 인간들과 생활하면서 안락하게 지내는 나와 같은 존재들.



그 아이들이 부러웠어

내가 눈 뜬 곳은 여기 이곳 이었거든

그리고는 문득 떠올랐지.


아 세상은 불공평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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