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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술여행 Feb 19. 2021

홍콩 아트바젤:갤러리로 세계 일주하기④-아프리카

케이프 타운 Goodman Gallery

 (홍콩을 다녀온 지 어언 2년이 다되어가는데 아직도 마무리가 안되어가는 홍콩 아트바젤 일기가 되시겠다.

19년도에 형편상 무리가 되었던 상황이었던 터라 계획을 하면서 다음 연도(20년)에 갈까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20년도 아트바젤이 취소되고 21년도 개최도 취소되었다. 어쩌다 보니 마지막(?)에 가까운 아트바젤이었어서 다행스럽기도 하고 더더욱 아련한 예술여행이다.)



아트바젤 홍콩 갤러리로 세계 일주하기 네 번째 포스팅으로 아프리카편이 되겠다.

아프리카 갤러리에서는 내가 원래 좋아하던 작가를 만나게 되어서 더욱더 반가웠던 부스였다.


케이프타운, 요하네스 버그 Goodman Gallery



이번에 소개할 갤러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수도 케이프타운과 요하네스버그에 위치한 Goodman Gallery이다. 이날 갤러리 부스에서는 내가 평소에도 굉장히 좋아하는 윌리엄 켄트리지 William Kentridge를 만날 수 있어서 굉장히 반가웠다.


왼쪽부터 Processione di Riparazioniste Maquettes,2018 / Untitled (Drawing from Wozzeck 15), 2017 ©예술여행
Processione di Riparazioniste Maquettes,2018 ©ArtBasel


작품의 첫인상은 노동자 계층의 스토리를 하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실제로 이 작품은 19세기 이탈리아 튜린에 위치한 공업단지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특정계층을 암시하는 실루엣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는 그 시대에 노동계층에 대한 천주교와 마르크시스트 사이의 갈등을 표현하고 있다.

Untitled (Drawing from Wozzeck 15), 2017 ©ArtBasel


윌리엄 켄트리지를 대표하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는 목탄 드로잉이다.

그중에서도 이 드로잉은 작가가 알반 베르크 Alban Berg의 첫 번째 오페라[보체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써 플랜더스 들판 Flanders Fields(세계 1차 대전 전장)의 다큐멘터리 사진에서 영감을 받은 드로잉 작품들이다. 작가의 러프한 드로잉 스타일과 오페라 보체크의 만남은 음악과 어우러질 뿐 아니라 음악과는 또 다르게 시각적으로 전쟁터의 황폐한 모습을 나타내기도 한다.





사실, 윌리엄 켄트리지는 우리나라 관객들한테도 이미 친숙한 작가이다.

2016년 국립현대 미술관 서울관에서 [윌리엄켄트리지:주변적고찰 William Kentridge: Peripheral Thinking]이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이 열렸었고

https://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Id=201503310000236

현재는 과천점에서도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http://www.mmca.go.kr/exhibitions/exhibitionsDetail.do?exhId=202012210001346


내가 아트바젤에서 본 작품은 위의 두 작품들 뿐이었지만,


켄트리지를 처음 알게 된 거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개인전이었다.

작가의 작품세계와 아이덴티티를 깊이 이해할 수 있었던 전시였던 만큼 2016년 한국에서 열렸던 개인전을 소개해보면서 작가의 전반적인 세계관과 내가 느꼈던 점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개인적에서는 인종차별정책 시기의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풍경과 그 이후의 사회상을 드로잉 작업과 애니메이션 작업 등으로 선보였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Tide Table 2003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었던 Other Faces, 2011


그는 작업하는 방향에 있어서 가변성, 변화라는 것에 가장 흥미를 가진다고 한다. 그가 표현하는 큰 주제가 역사, 사회이니만큼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이지만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결론이 고정되어있지 않다는 것에 흥미를 가진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쉽게 수정이 가능하고 쉽게 고정되지 않는 목탄(숯)은 그에게 가장 적절한 재료라고 느꼈다.


또한, 목탄은 가장 고전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재료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의미에서 ‘notes towards model opera’라는 애니메이션 작업에서 목탄의 역할로 Ballet를 사용했다.

notes towards model opera 근현대 중국의 전반적인 정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작업 이자, 남아프리카의 인종차별주의 정책과 중국의 마오쩌둥 문화혁명의 공통된 부분을 시사하는 애니메이션 작업이다.


전시장에서의 notes towards model opera , ©Marian Goodman Gallery
notes towards model opera의 한 장면, ©Marian Goodman Gallery


본디 ballet는 가장 고전적이면서 역사가 오래된 춤이다. 하지만 현대시대로 넘어와서 contemporary ballet 라는 장르가 생기고 무용수의 동작뿐만 아니라 음악, 무대디자인이 조금씩 변해간다.


전시장에서의 이 작업은 한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위의 사진처럼) 앞, 양 옆면에서 총 8명의 무용수가 등장하는 영상작업으로 보여진다. 처음에 이 작업 앞에 앉아 있을 때는 어느 화면에 눈을 둬야 할지 혼란스럽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화면 배치와 무용수는 근, 현대 시대의 중국 개발과정에서 여러 문화들이 들어오면서 변형되고 섞이는 과정을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을 표현하기에 발레라는 요소는 한 시대의 역사를 대변하기도 하고 문화현상을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발레의 근본은 파리에서 시작되었지만 다른 나라(러시아)로 옮겨가면서 그것이 가지고 있는 미적인 부분과 철학적인 부분이 변해간다. 이러한 과정은 근 현대사의 중국의 역사와 흡사한 부분이 많다.


notes towards model opera의 한 장면, ©Marian Goodman Gallery


그의 작업을 본 후, 나는 그가 영상작업에서 선보였던 컨템프로리 발레 contemporary ballet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사실 William kentridge가 ballet와 함께 작업한 것은 dutch national opera ballet- lulu라는 작품부터이다. lulu라는 작품 안에서의 그는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원래 있는 각본에 자신의 드로잉을 첨가하고 자신의 애니메이션을 집어넣으면서 발레와 오페라가 같이 어우러진 공연을 감독했다.

그 후, 그는 이전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작업에 발레를 이용했고 나는 그의 작업에서 contemporary ballet 무용수가 등장하였다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영상에서 무용수는 훈련이 덜 되어 보이는, 발등도 완벽히 구부려지지 않고 몸의 중심도 굉장히 어설퍼 보였다. 전시장에서 총 3개의 화면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무용수의 숫자가 똑같이 배치되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연출은 작가가 contemporary ballet에 대한 이해가 있고, 자신이 표현하려 했던 근, 현대 시대에 중국에 여러 문화가 들어오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표현하기에는 contemporary ballet가 어울린다는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한 연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왜 ballet라는 장르를 선택했을까 라는 의문점도 생겼다.

작가가 애초에 표현하려고 했던 방향이 중국의 개발과정에서 여러 문화들이 들어오면서 변형되고 섞이는 과정의 혼란스러움이었다면 사실 굳이 ballet라는 장르가 아닌 훨씬 더 혼란스러움이라는 주제와 어울리기 쉬운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도 있고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는 street dance나 아니면 미국의 산업 혁명 이후 유명해진 tap dance도 있다.  


pointe shoes ©Wikipedia

하지만 발레만큼 무용수를 옥죄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요구하는 장르도 없다.

클래식 발레, contemporary ballet에서 동시에 찾아볼 수 있는 point shoes는 평범한 보행을 위한 신발이 아닌 높이 날고 싶다는 열망에 근원이 있는 슈즈이기에 인간의 신체구조를 철저히 배제한 신발이다.

Point shoes를 신었을 때 무용수는 오로지 엄지, 검지, 중지 이 세 발가락에 체중을 싣고 몸의 균형을 잡아간다. 반복된 훈련을 함으로써 무용수는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발레의 고 난이도 동작들을 구사할 수 있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무용수의 발은 굳은살이 생기고 변형이 온다. 본디 인간의 몸은 5개의 발가락과 발바닥의 근육으로 균형을 잡고 직립보행이 가능한 구조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를 전부 무시하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을 point shoes라는 신발에 발을 묶고 처음부터 다시 재조립해 나간다.

발레 무용수라면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필연적인 이 과정이 근, 현대 시대의 중국 개발과정의 혼란스러운 상황과 흡사하다고 느꼈다.  


notes towards model opera의 한 장면, ©Marian Goodman Gallery

 

근현대 중국 개발정책은 산업, 농업, 정치에 집중되어있다.

기술적인 측면에 집중해서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목표가 있었고 식량의 대량생산화에 집중해서 자국민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군인들의 비상식량을 축적시키는데 목적이 있었다. 정치적으로는 정당, 행정자치부가 생기고 처음으로 국회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결코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특히 정치적인 변화는 훨씬 더 힘들게 이루어졌다. 정당들 사이에서는 서로가 주도권을 잡으려고 싸움을 벌였고 그 과정 안에는 폭력적인 싸움도 있었고 법에 위반되는 행위들도 일어났다. 하지만 결국엔 그러한 과도기를 거쳐 지금의 경제 강국인 중국이라는 나라가 생겨났다.  

마치 발레리나는 걷는 방법을 다시 point shoes위에서 배우듯이 중국은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를 받아들이면서 나라를 이루고 있던 근본적인 체계 자체를 다시 쌓아 올린 것이다. 그리고 발레리나의 발에 굳은살이 생기고 발에 변형이 오는 고통스러운 시간은 견뎌서 결국에는 무대에서 백조로 변하듯이 때로는 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기도 하고 같은 민족끼리 폭력이 오고 가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경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애초에 이 전시에서 작가는 중국의 문화적으로 혼란스러운 과정을 표현했다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정치적인 측면에서 발레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마오쩌둥의 개발화 정책 목적은 시대에 뒤쳐진 것들, 반혁명주의를 없애는 것이었고 새로운 사회주의 이념을 세우기 위해 대중들이 일으키는 혁명이 필요했다. 그렇게 문화혁명이 뒤따랐고 이 전의 공산주의 이념들의 잔해를 없애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뒤따랐다. 그 이후 마오쩌둥은 중국의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과정은 지금의 중국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이러한 과정 속에는 정치적으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정당들을 없애고 그러기 위해서 혁명을 부추기는 상황, 그리고 혁명의 주체가 되었던 많은 국민들의 희생이 있었다. 이러한 과정은 한 편의 발레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Wikipedia

 클래식 발레에서는 군무가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무용수가 같은 장면 안에서 흐트러짐 없이 똑같은 동작을 구사하게 된다. 단순히 동작을 똑같이 구사한다고 해서 흐트러짐이 없이 보여지는 것이 아니다. 무용수들 개개인의 움직이는 속도, 근육 모양, 전체적인 신체조건이 다 일치해야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어떤 무용수는 자신의 신체조건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어떤 무용수는 습관처럼 쓰던 근육들의 모양을 바꾸려고 무리하게 연습하다가 근육이 파열되기도 한다. 또 어떤 무용수는 그냥 배역을 포기하고 공연에서 빠져버린다. 누군가는 자신의 현실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바꾸려다 오히려 크게 다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예 좌절하고 등져버리는 이 상황이 나라를 위해서 혁명을 이루었던 그 시대의 중국 개인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Wikipedia

작가는 발레 라는 를 단순히 목탄과 같은 재료로써 활용을 했지만, 그 재료가 만들어지고 완성되어 가는 과정이 작가가 표현 하려 했던 내용과 잘 맞아떨어졌다.

화려하게 보여지는 겉모습과는 다르게 그 모습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을 이해하고 나서 그의 작업에 더 공감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과정을 이해하고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진행한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애초에 그는 발레가 파리에서 러시아로 건너가면서 변해가는 과도기를 중국의 역사와 비슷하다고 했던 것처럼 이러한 발레 공연을 만들어가는 전반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췄던 것이 아니다. 하지만 발레를 단순히 재료라고 단정 지어버리기에는 전시장 안에서의 발레는 시각적으로 관객의 관심을 끄는데 굉장히 크게 작용했고 실제로 그의 의도보다 훨씬 더 많은 연결고리들이 있었다. 개개인이 겪는 과정이지만 결국에는 국가라는, 발레 공연이라는 큰 그림을 위해서 희생하고 고통을 감내하는 과정을 거쳐서 큰 그림이 완성된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그 고통스러운 시간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하기도 하고 또 오랜 시간 동안 쌓여져 만들어진 만큼 지금의 중국이라는, 지금의 발레라는 웅장하고 단단한 역사를 가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링크:https://www.artbasel.com/catalog/artist/7525/William-Kentridge

https://www.youtube.com/watch?v=ahEOlnDEq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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