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 몸에 대한 추상적인 드로잉들
오늘은 이전과는 다른 아티스트를 포스팅해볼까 한다. 그동안은 클래식한 작업에 주로 눈이 갔었는데 요즘은너무 편식(?)하는 기분이 들기에, 편식은 성장에 좋지않으므로(?) 억지로라도 추상적인 작업들을 찾아보려한다.
그렇다고 해서 설치, 비디오, 퍼포먼스 작업들을 찾아볼까 했지만 관심이 없으니 집중력이 생기지도 않고..
원래 하던대로 페인팅/드로잉 작가들을 디깅해보기로 한다. 역시 사람은 한 우물만 파야한다.
Nikolas Gansterer 작가는 vitamin D3에서 알게되었는데 찾아보니 훨씬 더 재밌는 작업이 많은 작가였다.
Nikolas Gansterer- Trans lecturerer
얼핏보면 퍼포먼스 작업을 영상촬영 한거 아닌가? 라는 느낌도 들고
'드로잉' 이라고 하기엔 글씨를 쓰는 행위도 드로잉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간단한 작품설명을 해보자면,
드로잉작가이자 퍼포머인 작가 Nikolaus Gansterer 의 Trans-lecture(위작품)은 드로잉에 대한 리서치 이자 퍼포먼스 작품이다. 작가에게 있어서 드로잉이라는 매체는 가장 직접적인 표현도구로써, 종이에 표현된 선들은 생각이 표현될수있고, 공간, 그리고 신체 전부를 표현할수 있는 도구인셈이다. 그렇기에 Trans-Lectures 은 2010년에 시작되어 여러가지 시리즈물로 진행되었는데 '퍼포먼스 번역물' 이라는 타이틀로 소설가, 시, 철학 그리고 사운드아티스트 와 같이 협업하며 크로스오버 적인 작업형태로 진행되었다.
실제로 이 이후에 철학자 니체 에게 영감을 받은 NIETZSCHE DIAGRAMS 도 인상적이었고 비트겐슈타인에서 영감을 받은 작업도 인상적이었다.
(항상 너무 추상적이고 뜬구름같은 생각이지만) 개인적으로,
어떻게 하면 기분을 표현할 수 있을까?, 글씨를 쓰는것도 드로잉 이지 않을까? 말(언어)를 그림으로는 어떻게 표현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너무 추상적이고 뜬구름 같아보일수 있는 아이디어의 출발점을 시리즈물로 제작하면서 작가가 어떻게 리서치하고 공부해 나가는지 이니셜아이디어를 디벨롭해나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볼수있어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눈길이 갔던 작업 하나 더 소개해보자면,
Nikolaus Gansterer- Maps of Bodying
제목에 Body라는 표현이 들어가있어서 인체드로잉이구나. 조금은 이해하기 쉽겠다! 라고 생각했더니 이렇게 추상적인 작품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간단한 작품설명을 덧붙이자면,
2017년에 시작되어 연작으로 진행되고있는 Maps of Bodying 작품은 신체가 경험하게 되는 여러가지 경험들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세상을 경험할때 신체 밖에서의 정보가 눈,귀,입,피부 를 통해서 우리가 인지하게된다.
이는 몸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으로 자극이 몸에 무의식중으로 들어와서 의식으로 자각하게 되는데 작가는 이러한 신체내부 신경계 시스템을 공부하게 되면서 신체의 활력징후들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그뒤, 작가는 이 과정을 인체해부학 사이즈의 드로잉으로 디벨롭시키게 되는데 신체를 단순히 물리적인 물체로써 본다기보다는 신체의 움직임, 동작, 이동하는 저장소로서의 신체를 표현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이 작품은 인간을 묘사한다기 보다는 몸으로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술감상에 있어서 몸 이라는걸 처음 보는건 아마 미술관에서의 조각상이 아닐까 싶고,
미술가에게 있어서 몸 이라는걸 처음 배워보는건 아마 미술대학에서 첫 수업으로 듣는 누드드로잉이 아닐까 싶다.
사라 심블렛Sarah Simblet-예술가를 위한 해부학 이 필독서 이긴 하지만 이 또한 육체적인 신체를 관찰하는 방법 밖에는 되지 않았는데 이번 니콜라스의 작업은 몸 을 주제로 한 작업에 있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된 느낌이었고, 그동안 내가 바라보는 몸이 얼마나 좁은 시야였는지를 자각하는 리서치였다.
개인적으로 이번 리서치는 드로잉 이라는 매체에 있어서 가장 원초적인 주제라고 생각했던 글씨, 몸 을 이용한 작업이었어서 좀더 집중하게 되었다. 리서치를 하고 포스팅을 하는 내내 그동안 가장 깨기 어려운 무거운 돌 같이 느껴졌던 주제들을 깨는 방법은 그저 더 공부하고 더 그리고 더 시도해보는 것뿐이라는걸 깨닫게되었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게을르게 시도조차 해보지않고 지레 겁먹고 한발짝 물러나있었는지 자각하는 동시에 반성하게 되었다. 항상 작업 주제를 정할 때 이 주제는 너무 뻔하지 않을까. 더이상 표현할게 있을까, 더이상 신박한게 있을까 라는 고민이 1차적으로 벽을 치게 되는데 이 모든 고민은 그저 내가 얼마만큼 깊게 느끼고 공부를 했냐, 얼마나 단단해질정도로 실험을 했느냐에 달렸다는걸 진하게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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