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트적인 텍스타일작가 에브게니 안투피브
오늘은 그동안과 조금 다른색깔의 아티스트를 포스팅 해보고자 한다.
이번 아티스트리서치는 파이돈출판사의 비타민T(텍스타일/위빙)책에서부터 시작이 되었다.
비타민 시리즈에서 텍스타일 시리즈가 나온건 처음이라서 기대가 되기도 했고 평소 취미로 위빙을 좋아해서 루미니로 코스터,월행잉도 만들만큼 열성적(?)이라서 구매를 하기도 했다.
사실 컨템프로리 아트에 있어서 텍스타일 이라 하면 크게 3가지로 말할수 있을것 같다.
1.패션(옷,패턴,니트)
2.여성들의 노동(손바느질,삼베짜기,뜨게질)
3.작가의 비쥬얼아트(실 혹은 텍스타일 이라는 매개체를 이용하여 작품으로써 표현하는것)
기대했던만큼 책에는 3가지의 관점을 모두 고루고루 보여주는 작품들이 소개되어있었다. 역시 비싼책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이래서 사람은 돈을 벌어야하는거다.
그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작가들을 소개해보자면,
1번 패션에 대해서는 Sarah crowEST
2번 여성들의 노동에 관한 관점에서는 Katherine Nunez and Issay Rodriguez
3번은 바로 오늘 소개할 작가 Evgeny Antufiev 이다.
작품의 첫인상은 봉제인형으로 보이지만 어렸을적 보았던 저주인형이 오버랩되면서 주술적인 느낌도 있고 오컬트적인 느낌도 느껴졌다. 전시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고대 동굴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거 같기도 했다.
작가의 여러전시들중에서 텍스타일의 인형이 보여졌던
2013년 이태리에서 열린 ‘Twelve, wood, dolphin, knife, bowl, mask, crystal, bones and marble - fusion. Exploring materials' 를 리서치하게 되었다.
전시타이틀에서도 느껴지듯이 다양한 사물,재료들이 서로 융합되고 변형된 형태로 표현된 작품을 볼 수 있었다.
전체적인 전시장 분위기에서도 오묘한느낌이 들기도하고, 전체적으로 추상적인 느낌이 강했다.
엇핏보면 척추뼈,갈비뼈대와 비슷하게 생겼다. 원형으로 빙 둘러모아놓고 가운데에 불을 지펴놓은 형상이 마치 원시부족이 제물을 바치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영상에서 보면 작가 개인 작업실을 재현 해놓은거같기도 하고 어렸을떄부터 모았던 골동품들에서 시작된 전시로 확인된다.
전시에대해서 좀더 설명을 해보자면,
실제로 러시아 출신의 작가 Evgeny Antufiev는
남쪽 시베리안 지역인 투바Tuva 에서 태어났는데 러시아 중심부에서 가장 동떨어진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러한 고립된 지형적 특성때문에 러시아가 공산화되는 과정속에서도 투바 지역만의 전래동화, 구전노래, 샤머니즘과 티벳 불교와 합쳐진 독특한 코스튬이 유지될수 있었다. 이러한 투바만의 캐릭터성은 작가에게 영감이 되어 샤머니즘적인 작품으로 표현되는데,
고대의 의식이나, 귀신, 이름없는 미신 등등 작가는 이러한 신비로움을 다양한 오브제를 통해서 오컬트적인 매력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설화의 미스테리함을 이미지화 하면서 단순히 신화의 이미지 원형을 만드는것에 그치는것이 아니라 수많은 리서치를 통해 실제적이고 상징적으로 설명하고있다.
전시에서 보여진 인형작업과 설치물들은 여러가지 재료들이 혼합되어서 만들어진 작업물들로 자수정, 진주, 사슴 이빨과 같은 재료들을 사용해 사람을 연상케하는 형체로 표현되고 있다. 각각의 형태들은 작가가 만들어낸 형태들로, 리츄얼적인 역할이지만 결국엔 그것들을 구성하는 각각의 재료들이 인간의 형태와 비슷한 새로운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작가는 전시회 카달로그에서 '이 세계에 있는 모든것이 재료이다' 라고 말할만큼 그동안 작가가 직접 컬렉팅했던 재료들을 사용함으로써 작가가 가지고있는 설화의 환상적인 측면들이 더욱더 극대화시키고 있다.
크리스탈,진주,사슴이빨 같은 재료들을 구전으로 내려오는 설화와 결합해 그의 텍스타일이라는 오브제로 표현하면서 튀어나온 눈, 벌어진 입, 패치워크 같은 디테일을 가진 인형으로 형상화 되었다. 또한,이러한 미스테리한 비쥬얼을 통해 작가만의 키치하면서 기이한 무드를 형성하게 되고,
텍스타일 설치작품, 인형 과 같은 작업물을 다양한 스케일과 수수께끼 같은 오브제들과 같이 전시를 구성하면서 작가만의 초현실적인 전시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내가 티벳이나 시베리안지역의 문화나 설화를 알았더라면 좀더 이해가 쉬웠을 이번 리서치.
내 써치력이 부족한건지 너무 오래전 전시라서 자료가 얼마 남아있지 않았던 건지
전체적인 전시의 흐름과 틀만 써치할수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작가의 statement를 찾기는 했지만 해석은 얼추 되는데 정확한 의미파악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웠어서...첨부파일로 대체한다. (혹시나 이 포스팅을 보는 분들중에 능력이 되시는분이 댓글을 달아주시면 너무 감사할것같다.)
잠시 여담이지만,
저번달부터 해지했던 왓챠 1년이용권을 다시 결제해서 보고있는중에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들을 주르륵 보고있다. 요르고스 감독특유의 오컬트적인 무드로 여가시간을 보고있었는데 아티스트 리서치도 이런 작품을 고르게 되어서 우연의일치이지만 흥미로웠다.
아닌게 아니라 책에 여러작가들이 소개되어있지만 여성의 노동으로서의 관점(니트,손뜨개질) 혹은 패션으로서의 관점이 대부분이었고 작가의 매개체로써 텍스타일이 소개된 작가들 중에서도 그저 작품의 연속된 시리즈물에서 색다른 표현방법의 한켠으로 소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서 텍스타일/위빙의 장점, 특성을 확실하게 나타내는 작가를 찾는게 쉽지 않았다.
한참 납작 하거나 중국집 커튼발 같이 치렁치렁 매달려놨던지 겨울 목도리 같이 털실털실스럽게 뭉뚱그려놓았던지 아니면 한복 보자기같은 블럭패턴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고 서도호 같은 어디에 내놔도 지나가는 아무개도 '어! 나 저거 어디서본적있어!' 라고 말하는걸 리서치 하고싶지도 않았다.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아야하는게 아니라 어디에 내놔도 '이거뭐지? 흥미롭네?' 라고 눈길이 가야한다. 그 결과 이렇게 무궁무진하게 미스테릭한 작가를 리서치를 하게되었다.
Evgeny 는 인형 이라는 매체를 통해서 텍스타일의 특성도 적절히 활용하고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전반적인 분위기도 잘 연결시켰던게 영리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