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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고기는 괜찮고 동물실험은 안 괜찮아?

채식주의자와 함께한 식사

by 임혜영

심장병을 치료하는 약을 만들어보겠다고 실험동물로 동물실험을 할 때였다. 동물의 가슴을 열어 심장을 의도적으로 망가뜨린 후 질병이 일어난 상태를 만들고 나서 다시 살린 후 약물을 투여해서 효과를 보는 것이다. 실험하다 동물이 죽기도 하고 살기도 한다. 살아도 며칠 못 가서 죽기도 한다. 이 과정을 겪고 나니 인간이라는 것에 깊은 회의가 들었다. 나는 고작 몇 년 더 살겠다고 작은 동물이라고 이렇게 해도 될까? 내 가슴뼈 열어젖혀 수술받기 싫다고 작은 동물 가슴을 열어서 이렇게 심장에 상처 내도 될까? 나는 이런 연구를 하는 의미가 있나?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답도 없는 물음만 커져갔다. 눈에 띄는 성과가 없는 연구 생활도 동물에게 미안한 마음도 나날이 커져갔다. 동물의 심장을 떼어내고 혈관을 떼어내고 작은 심장에 상처 내는 모습이 괴로웠지만 혼자 대책 없이 힘들어만 했다.

괴로워하던 중 지인을 만나 저녁을 먹었다. 지인은 페스코 베지테리언이었다. 지인이 채식하는 이유는 동물 보호를 위해서였다. 지인의 가족들 모두 철저한 비건(꿀을 비롯하여 살아있는 생물을 전혀 먹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꿀벌이 만든 꿀을 먹는 것도 벌을 학대하는 것과 같아서 꿀벌 보호를 위해 꿀도 먹지 않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지인은 해산물과 유제품까지는 먹는 채식주의자여서 식사 장소는 쌀국수집으로 정했다.

지인은 해산물 쌀국수를 시켰고 나는 소고기 양지가 든 쌀국수를 시켰다. 그동안 연구로 힘들었던 마음을 풀어놓으면서 맛있다고 쌀국수를 먹다가 동물실험에 관해 이야기했다.

쌀국수를 먹으며

"내가 고작 몇 년 좀 편히 살아보겠다고 동물한테 그 짓을 하고 있다 보니 자괴감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하면서 소고기 양지가 든 쌀국수를 맛있다고 잘만 먹고 있었다. 두 번 자괴감이 들었다. 스스로 모순덩어리 인간 같았다.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지인은 내 말과 반응에 웃더니 깊게 들어가면 더욱 괴로울 테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위로했다.

결국 동물 실험은 그만두었다. 동물 장기에서 뽑아낸 세포로 하는 실험도 그만두었다. 모두 괴롭히지 않고 피 보지 않아도 되는 그런 연구를 꿈꾸며 서류 더미에서 옥석을 가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조사 연구로 방향을 틀었다. 그러면서도 한쪽에 내가 동물실험 안 한다고 모두가 안 하는 것도 아닌데 유난을 떠나 싶었다. 그렇다고 내가 채식을 하지도 않으면서 점심마다 닭가슴살과 달걀은 잘도 먹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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