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힘들고 지칠 때면 일상에서 조금 떨어져 나 자신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싶어집니다. 일상에 완전히 스며들어버린 내 자신을요. 일상으로부터 나를 조금 떼어놓으면 아마도 피곤에 지쳐 연신 하품을 하는 모습이 보일지 모릅니다. 나이에 비례해 쌓이는 책임감으로 축 늘어진 어깨가 보일지도 모르지요. 그러면 가만히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요. 아니면 ‘괜찮다, 괜찮다’하며 등이라도 어루만져 줄까요. 나와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당신은 오늘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당신도 나와 같은 모습인가요.
일상에서 떨어져 있을 때 만나게 되는 모습은 어쩌면 힘든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모습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봄과 겨울사이, 아침과 밤사이, 눈물과 웃음사이, 기쁨과 슬픔사이, 마음과 마음사이…. 조금 떨어져 앉은 모든 ‘사이’에는 바라봄의 여유가 있습니다. 그 여유로 인해 우리는 사이 너머의 것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겠지요.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을 그리워하는 것도,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사이’가 주는 여유 덕분이구요. 눈물이 눈물을 이겨낼 수 있는 것, 슬픔이 슬픔을 이겨낼 수 있는 것도 감정으로부터 조금 떨어져 앉았을 때라야 훨씬 수월하게 극복할 수 있다는 걸 당신은 알고 계시겠지요. 나와 당신에게는 서로의 마음을 응시할 수 있는 사이가 있나요. 혹여 사이는 사라지고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은 아닌가요.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등장하는 사막여우가 어린왕자에게 들려주던 말이 생각납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 아래 빛나는 머리카락을 가진 젊은 당신은 이 아름다운 문장에서 잠시 숨을 멈추기도 했었지요.
“인내심이 있어야 돼. 처음에는 내게서 조금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는 거야. 나는 너를 흘끔 흘끔 곁눈질로 쳐다보지. 넌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은 오해의 근원이지. 날마다 넌 조금씩 더 가까이 다가앉을 수 있게 될 거야. 매일 똑같은 시간에 와 주는 게 더 좋아. 이를테면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난 세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네 시가 가까워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하겠지. 그리고 네 시가 다 되었을 때 난 흥분해서 가만히 앉아있지 못할 거야. 아마 행복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 알게 되겠지”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던 이들의 눈이 마주치고 서로에게 깊어지는 존재를 확인하며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하지요. 그것은 풋풋한 사랑이어도 좋고, 원숙한 사랑이어도 좋겠습니다. 힘든 삶을 헤쳐 나가야하는 내 주변 이웃들에게 향하는 따뜻한 마음이어도 좋겠습니다. 다만 서로를 제대로 바라보고 서로를 이해하며 마음이 기울어진다면 말이지요.
당신과 나에게도 작은 ‘사이’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의 눈빛을 바라볼 수 있도록, 언제든 당신의 상처 입은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을 만큼만 가까이 다가와 앉았으면 좋겠습니다. 봄이 오고, 또 봄이 오고, 어느덧 머리에 흰 꽃이 피면 온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모습만으로도 서로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