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봄 Feb 10. 2022

189. 내가 할 수 있는 일

숲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숲의 동물들은 앞을 다투어 도망을 갔습니다. 그러나 ‘크리킨디’라는 이름의 벌새는 강과 숲을 왔다 갔다 하면서 작은 부리로 물방울을 한 방울씩 머금어 불바다 위에 떨어뜨렸습니다. 동물들이 그 모습을 보고 비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런 일을 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담?” 그러자 크리킨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야.”     

이 이야기는 남미의 원주민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전설입니다. 작은 벌새 한 마리가 한 모금씩 물을 날라서 거대한 불덩이 위로 떨어뜨리면서 불을 끄려고 노력할 때 다른 동물들은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하며 도망을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작은 벌새 한 마리가 옮기는 물방울로 거대한 불을 끌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기에 그것을 본 다른 동물들은 벌새를 비웃었을지 모릅니다.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불을 끌 수가 없다는 것은 어린아이도 다 아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러나 벌새는 멈추지 않습니다.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계속합니다. 벌새는 그냥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도망가거나 회피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지요.     

공동체에서 일어난 화재를 대하는 벌새의 행위는 불을 끄고 못 끄고의 문제로 다루어져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그 상황을 대면하는 벌새의 행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불이 났다고 앞 다투어 도망가는 동물들과는 달리 벌새는 자신이 속한 곳에서 일어난 불행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자신의 행동이 보잘 것 없다고 여겨질 지라도 직접 나서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 일어나는 감당할 수 없는 일들과 자주 마주하게 됩니다. 거대한 권력과 마주하거나, 커다란 사회문제에 직면하거나, 내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도 많지요. 그럴 때 나의 행동은 위에서 말한 도망가는 동물에 가까울지, 아니면 한 방울의 물을 나르는 벌새에 가까울지 생각해볼 일입니다.      

우리 지역사회에도 노사문제, 환경문제, 성폭력 문제, 정치권력에 관한 문제 등등 크고 작은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그때마다 곳곳에서 피켓을 들거나, 혹은 신문에 기고를 하거나, 토론회를 열거나, 집회에 참여하는 등 나름대로 현실을 직시하며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촛불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사람들은 저마다 손에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들었습니다.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때는 쉽게 가늠하지 못했지만 개개인의 작은 목소리는 결국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되었습니다.     

환경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요즘, 우리지역에서도 시민단체들은 앞장서서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지금 당장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한, 우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내가 할 수 있는 형태로 그 문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새가 한 방울의 물을 뿌리면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듯이 지금 우리도 그저 묵묵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전 12화 192. 봄눈, 그리고 백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