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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10. 2022

290. 현재를 살다

“만일 당신의 마음이 우울하다면, 당신은 과거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의 마음이 불안하다면 당신은 미래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의 마음이 평온하다면 당신은 현재에 살고 있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명언이라며 SNS에 올라온 글을 올렸습니다. 글을 읽다보니 참 옳은 말이구나 싶었습니다. 내 마음도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혹은 지극히 평온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내 마음이 머물러 있는 위치가 어디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말이 꼭 맞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은 마음이 무척이나 우울했습니다. 생각의 대부분이 내가 한 행동과 말에 대한 후회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요. 내가 왜 그랬을까,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생각하면 마음이 계속 우울하고 슬퍼졌습니다. 내가 살아온 환경이 스스로 측은하게 여겨질 때도, 혹은 이미 돌아가신 분의 따스한 말이 그리워질 때도 내 마음은 우울하고 슬펐던 것 같습니다. 

이루지 못한 것들, 남들처럼 가지지 못한 것들이 떠오를 때, 이미 뱉어버린 말들을 주워 담을 수 없어 후회 될 때 내 마음은 또 우울하고 슬펐습니다. 그런 것들을 돌이켜보면 내 마음은 대체로 ‘과거의 행동’이나 ‘과거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 내 몸은 현재에 있지만 내 마음이나 생각은 현재가 아닌 과거에 있는 것이지요. 

내 마음이 불안해질 때도 있습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데 노후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 또는 혼자 있다가 아프거나 다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내 마음은 불안해졌습니다. 만일 내가 죽으면 내 아이들의 마음은 누가 위로해줄까 하는 생각을 할 때, 부모님이 언젠가는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 혹은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하는 일이 생기면 어쩌나 싶을 때도 역시 불안해지곤 했습니다. 그때마다 내 마음이 머물러 있는 자리를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것들에 ‘만일’ 이라는 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앞당겨 생각한다는 것이고 그럴 때마다 내 마음은 불안해졌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직 다가오지 않은 일들을 걱정하는 인간의 불안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바로 ‘보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보험을 들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것 역시 현실을 살아가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들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입니다. 즉 ‘미래’를 미리 걱정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그것이 ‘불안’을 가중시킨다는데 있습니다. 

하루살이가 아닌 이상 내일을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이론을 학습해 온 우리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이거나 혹은 영원히 오지도 않는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미리 걱정하면서 오늘의 행복을 허비할 필요는 없지요. 

우리는 언제나 ‘현재’의 시간만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은 과거에 머물 수도 있고 미래에 머물 수도 있지만 우리의 육체는 바로 지금 이 시간에 머물 수밖에 없으니까요. 육체가 없다면 과거도, 미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 육체를 간과하고 과거나 미래에 머물러 현재를 슬픔과 후회, 불안으로 가득 채우고 있는 건 아닌지, 나도 오늘은 한번쯤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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