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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봄 Feb 09. 2022

69. 예술과 치유의 힘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아마도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작가 알랭드 보통은 예술의 기능을 다음의 일곱 가지로 분류했는데 그것은 바로 기억, 희망, 슬픔, 균형회복, 자기이해, 성장, 감상입니다.


인간은 기억하는데 서툴지만 예술은 그런 기억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망각의 결과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고 미술이나 사진도 경험을 보존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인간을 추억하게 하고 옛날을 기억하게 하는 방편입니다.


예술은 예쁜 것에서 더 나아가 삶을 철저히 이상화해서 보여줍니다. 현실의 삶이 우리의 욕망에 얼마나 야박한지를 잘 알기 때문에 부분적이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이미지는 우리에게 더 소중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희망을 품게 만드는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예술적 성취는 예술가의 승화된 슬픔이고 결국 관객도 작품을 접하며 슬픔을 승화시키는 법을 배웁니다. 많은 경우 슬픈 일들이 더 슬퍼지는 건 우리가 혼자 슬픔을 견디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예술작품을 대할 때 우리 앞에 놓인 강렬하고 다루기 힘든 구체적인 슬픔들을 더 잘 극복할 채비를 하게 됩니다. 이것은 외로운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치유일지도 모릅니다.


예술은 당대에 내적으로 잃어버리는 것들을 찾도록 이끌어 우리의 인성 중 잃어버린 부분을 우리에게 되돌려줍니다. 또한 자신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는 일을 가능하게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기분을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어떤 예술작품과 마주치게 되면 그동안 파악하지 못했던 내 자신의 생각이나 어려웠던 부분들을 명확하게 알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예술이 전하는 ‘자기이해’입니다.


틀에 박힌 일상은 우리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일깨우지 않습니다. 이질적인 예술 덕분에 우리는 자신 안의 종교적 충동이나 상상력이 허락하는 한에서의 통과의례를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발견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의식을 확장시키고 우리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예술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며 우리에게 보다 공정하라고 가르칩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이끌어야 할 때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알랭드 보통이 말한 예술의 일곱 가지 기능입니다. 지금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요.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들어오고, KTX가 정차하고, 신도시가 들어와도 채워지지 않을 그 무엇은 바로 인간에게 내재된 감성입니다. 그런 하드웨어적인 것은 인간의 외로움이나 헛헛함을 결코 채워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 우리의 삶의 질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예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단 돈이 많거나, 우리가 사는 곳의 개발 속도가 빨라지거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간다 해도 결코 채워지지 않을 우리들 마음, 빈 곳을 채워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최고의 보약은 바로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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