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일을 할 때 이따금씩 사진을 찍으러 가곤 했었다. 간다기보다는 주변을 더 들여다보는 것이겠지. 그게 일상에서의 내 힐링 포인트였을 것이다. 몰두해 있는 것으로부터 살짝 벗어나 나만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제주에 와서 더 깊이 깨달았다. 사진 찍는 것이 내게 큰 기쁨이구나 하는 것을.
버스에서 내려 바로 보이는 시골길로 걷다 보면 보고도 믿기지 않는 그림 같은 풍경에 휩싸이곤 한다. 시간을 갖고 온전히 정취를 즐겨야 하건만, 여행 초반에는 셔터를 누르느라 바빴다. 셔터를 처음 누르는 그 순간 파란 하늘 뭉게구름의 감동은 '후-!' 하고 날아가 버린다. 그걸 앎에도 '감격에 취하자마자 사진 찍기'를 멈추는 것이 잘 되지 않았다. 보이는 풍경을 당장이라도 갖고 싶은 소유욕 때문이다.
자연이 가진 천의 얼굴은 호기심 많은 내게 활력을 주는 대상이다. 하늘의 색, 구름의 모양, 나무껍질의 모양새, 파도의 일렁이는 모양. '왜?'라는 물음을 달고 사는 내게 자연은 항상 다른 대답을 했다. 그러니 더더욱 가까이 들여다볼 수밖에.
방학숙제로 자연탐구생활을 해야 하는 아이처럼 관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자연을 감상하고 탐구하고 관찰하는 것을 즐거워하는 줄로만 알았다. 서울로 돌아와 보니 모든 이들이 나와 같진 않았다. 축구를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서 얘기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꽃꽂이를 하면서 각자만의 방법으로 치유의 시간을 갖는 것이었다. 누구나 다 하는 평범한 일로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더랬다. 누구에게는 전혀 하고 싶지 않은 취미생활 일수도 있는 것이었다.
숙소에 돌아가며 사진첩에 담겨있는 오늘의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뿌듯함이 밀려왔다. 여행을 하며 '무엇이라도 남겨야 한다'라는 어느 정도의 부담감과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라는 기쁨이 한 데 모인 감정이었다.
(앞서 말한 부담감이, 이따금 숙소에서 쉬는 날 '숙소에서 가만히 뭐 하는 거야. 뭐라도 해야지.' 하며 불편하게 말을 걸어오곤 했다. 하지만 이내 한 달 동안 쓰고도 남을 충분한 통장잔고를 보며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찍은 사진을 프린트하고 노트에 붙여가며 일기를 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하루 중 내 최고의 힐링타임이었다. 앞으로 한 달이 남았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하루하루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