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일기장 01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밤숲 Dec 16. 2020

발버둥

나를 알고 싶은 나이

사람은 누구나 제 각각의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32살을 살면서 내 끼를 발산하며 살아본 적이 있던가? 자문해보았다. 초등학교 때 수락산을 앞 놀이터처럼 오르내렸던 일, 인라인 스케이트와 축구를 해가 지도록 했던 일, 딱지며 지우개를 서랍이 꽉꽉 차도록 모아 대기도 했고 빈 공책이 생기기만 하면 새로 알아낸 사실들을 적기도 했다. 참 바지런하게 놀았다. 재능과 재미를 다해 열심히 놀았다. 

도두봉

그땐 꿈으로 가득했다. 과학자가 되고 싶었고, 곤충학자며 건축가 등 되고 싶은 것, 가슴 뛰는 일로 가득했다. 나이가 들수록 꿈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들, 부정적인 피드백 속에서 붉고 팔팔했던 것이 회색빛이 되어갔다. 더 이상 꿈꾸지 않았고 가슴 뛰는 것을 상상하지 않았다. 

 그렇게 대학을 졸업했고 일을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내가 원하지 않은 일. 하고 싶지 않고 나와 맞지 않은 일이었다. 어른들이 '그 길로 가라, 다른 길은 안된다'라길래 정말 다른 길은 안 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의욕이 사그라들고 미래가 기대되지 않는 날들. 8살 적 가졌던 소망은 남의 것이 되었고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냈다.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라 여기면서. 

도두 방파제

어느 날, 온기가 느껴져 들여다보니 마음속 잃어버린 불씨가 살아나고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 하며 살고 싶다.' 전에는 감히 꿈꾸지 못했던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단어를 흘끔흘끔 넘어다보았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은, 죄책감을 불러온다. 웃어른들이 항상 말씀하시는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사니'라는 말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넌더리가 난다. 하도 들었던 그 말이 싫증 난다. 


그래도! 사람이 한 번 태어났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 한 번쯤 해봐야 하는 것 아냐? 하고 반항심이 올라온다. 어릴 적 난 뭐가 그렇게 좋았을까? 가만히 생각만 하고 있자니 도저히 떠오르질 않았다. 환경을 바꿔보기로 했다. 제주도로 가자. 아는 이 없는 곳에서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사색하고 싶었다. 


도두방파제

그래서 떠났다. 기한도 정해두지 않고 제주도로 갔다. 시간을 쓰고 돈을 써서 간절하게 보고 싶었다. 어릴 적 품었던 열정의 실체를. 그것이 아직 내 안에 남아있는지, 어떤 모양으로 자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