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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일기장 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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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숲 Jan 13. 2021

역류가 아니다

다채로운 냄새와 시시각각 변하는 색과 형태의 매력은 흠모할만하다. '내 언젠간 꼭 이루리'하며 가슴 한 켠에 항시 품고 다니는 소망이 있다. 집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바다가 있는, 자연에 폭 쌓인 풍경. 이런 풍경 속에서는 매력적인 자연의 모습을 때때로 감상할 수 있으니 이런 삶이야 말로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그랬고, 내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서울 아파트에 집 한 채 얻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었다(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면 문화, 경제 활동이 활발한 수도권에서 사는 것이 훨씬 이익 이겠다만. 그게 내 행복일까? 왜 꼭, 반드시 서울의 아파트여만 하나? 이 세상에는 서울말 고도 수천 개의 도시가 있고, 아파트 말고도 수십 개의 주거형태가 있다. 정말 서울의 아파트가 날 행복하게 해 줄까? 곰곰이 따져보니 난 아파트가 개미집처럼 따닥따닥 붙어 다른 집과 다를 것 없는 공장 같은 주거형태가 싫었다. 어떤 티브이 프로그램에서 외국인이 나와 이런 이야기를 적이 있다. '한국에 아파트가 이렇게 많다는 보고 정말 놀랐어요. 그리고 안에 들어가 보면 어느 집이 누구 집인지 분간이 안 가는 똑같은 형태로 되어있는 것도 정말 놀라웠어요.' 충격 자체. 나는 나름 방식 때로 나답게 꾸미면서 산다고 생각했는데, 개인의 주거형태가 굉장히 다양한 외국인 입장에선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똑같은 형태이구나! 

해외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느 나라가 좋아? 친구들과 자주 하는 이야기이다. 그때마다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남아공 케이프타운'. 내가 가본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케이프타운 주거지를 중심으로 뒤쪽에는 거대한 테이블 마운틴이 있고 앞쪽에는 인도양과 대서양이 있다. 그야말로 자연에 둘러싸인 광경이라 할 수 있다. 이 뿐 아니라 영화 어바웃 타임이 나온 주인공의 바닷가의 하얀 집(일전에 언급한 바 있다)이라던지, 제주 한달살이에서 끊임없이 마주치는 매력적인 자연이 더욱 자연으로 달려가게 한다.

자연. 자연이라. 비현실적인 삶의 모습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꼭 이루고 싶다. '불편할 거야. 나중에 애들 교육은 어떻게 하려고. 다시 서울로 오게 될걸?' 하는 우려 섞인 이야기를 익히 알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당장에 달려갈 수 있는 것처럼, 내겐 그런 우려들 속에서도 '꼭 너와 함께 있을 거야'하고 발걸음과 시선을 자연에게 가까이 둔다.

다른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세상의 물결과 다른 물결을 타며 살아가는 것은 역류하는 물고기처럼 보일 수 있다. 나는 괴짜가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추구하는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에 충실하면서 원하는 삶의 모습에 다다르고 싶다. 나만의 흐름이 나만의 물결을 만들어낸다. 사람들이 내는 우려의 목소리를 이젠 들을 만큼 들었다. 생각했고 결정했고 이미 나의 물결은 정해졌다.

매 순간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작은 행복을 느끼며 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삶의 끝에서 뒤돌아 봤을 때 참으로 행복했다고 얘기할 것이다.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일과를 끝내고 앞바다로 산책을 가는 것, 키우는 상추와 삼겹살 파티를 하는 것, 집안의 벌레들(이건 좀 싫다), 자연에 묻혀 여가를 취미생활로 보내는 것. 나를 즐겁게 하는 일상의 물결들. 이것이 나의 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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