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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23. 2019

무능력과 무책임의 상관관계

[나쁜 편집장] 착한데 일 못하는 사람

권리와 권력을 누리면서 정작 의무와 책임과 담을 쌓은 인간 군상을 접하는 것이, 요즘 내 최대의 고민이자 스트레스다. 책임지지 못할 일을 벌이는 것은 엄밀히 따지면 능력의 부재가 맞다. 노력과 시간을 공중에 흩뿌리는 사실을 스스로 알지 못하니 바쁠 수밖에 없다. 실제로는 바쁘지 않아야 하는데 이상하게 바쁘다. 몸은 힘든데 결과물이 전무하니, 안타까워 눈물이 날 수도 있다.(하지만 부디 회의 시간에 의견 대신에 눈물을 쏟지는 말아주길)


'열심히 했으니 괜찮아! 잘했어!'라고 자위하며 넘어갈 일이 아니다. 취미나 봉사활동이라면 상관없지만,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라면 망상 따위에 젖지 말고 자신의 능력과 그 결과 파생되는 내용물을 가늠할 수 있는 깜냥을 갖추는 게 우선이다. 그것이 함께 일하는 동료에 대한 아주 최소한의 예의다.


무능력한 사람은 무책임하다. 책임이란 것 자체가 일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문제의 원인을 알아차릴 능력 자체가 부족하니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고민할 게 없으니 상대적으로 해맑다. '사람이 좋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 그분들. (=착하고 일 못하는 사람들)


때로는 자신이 능력적으로 유능하다는 착각에 빠져들 때도 있다. 보통의 무능력자가 안쓰럽다면, 스스로 유능하다고 '착각'하는 무능력자는 아주 위험하다. 조직에서의 직급이 올라갈수록 회사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도 짙다. 책임을 지지 않는 결정권자는,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는 필요악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뭔가 폼나는 일은 해보고 싶은 아마추어적 발상에 허우적대는 꼴인데, 그러다 곁에 있는 사람까지 붙들고 다 함께 가라앉기 십상이다.


성인이 된 이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디딘 다음부터 줄곧 무능력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나날이다.

  


푸념 에세이 <나쁜 편집장>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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