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현민 Oct 24. 2019

'좋은 일'이라는 포장지

[나쁜 편집장]  무능함을 덮고 욕심을 숨기는 용도가 되지 않길

사람들에게 부득이 직업을 말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흔히 돌아오는 반응은 "좋은 일 하시네요"다. 그럴 때마다 난 그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일 뿐이고, 운 좋게 영국에서 만든 이 탁월한 시스템에 우연히 승차한 덕분에 과분한 칭찬을 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부족하다 싶으면, 내가 품고 있는 이기심, 예민하고 괴팍한 성격을 덧붙이기도 한다. 좋은 일을 한다고 꼭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거듭해 강조한다.


'좋은 일'이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 스스로 그것에 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위험한' 행태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더 짙어졌다. 가끔씩 '좋은 일'이라는 포장지는 무능함을 덮고, 그 안에 스민 못된 욕심을 숨기는 용도로 악용된다. 막연하게 '좋은 일을 한다'는 허울에 세뇌되어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목도한다.


그것은 위험하다. '좋을 일'이라는 푯말이 모든 것에 대한 프리패스가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좋은 일'이라는 포장지가 부족한 자질에 대한 변명이나 단순한 사욕을 채우는 수단이 되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이는 약자를 그저 방관하는 것보다 어떤 면에서 훨씬 더 졸렬한 행위다. 그러니 '좋은 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게 '잘' 했으면 한다. 아니, 꼭 그래야 한다.




푸념 에세이 <나쁜 편집장> 中

이전 10화 착한 사람은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