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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09. 2021

거-리를 좁힌다는 일은

[씨-멘트] 신민아의 진심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간 것 같아 행복하다.
(배우 신민아, 2010년 10월 인터뷰에서)


연예부 기자를 하는 동안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실제로 보면 누가 가장 예뻐요?"다. 이는 비단 기자들 뿐만 아니라 아마도 엔터 업계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수도 없이 마주하는 질문일 것이다. 초창기에 이 질문을 받았을 때는 "다 예쁘다" 정도로 퉁치는 회피성 답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그것이 결코 질문자가 듣고 싶어 하는 류의 답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10여 년간 내가 그들에게 내놓은 답안지는 '손예진'과 '신민아'였다. 이 같은 답이 나오면 '역시!'라는 수긍의 눈빛으로 자칫 길어질 뻔했던 문답이 그럭저럭 만족스럽게 마무리되니깐. 물론 해당 답변은 언젠가 혼자 고심하여 마련한 사심 가득 묻어난 모범답안이다.


신민아 배우를 처음 인터뷰했던 것은 지난 2010년 SBS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가 종영된 직후다. 당시 어마어마한 애교가 탑재된 구미호 역할로 신민아는 모두에게 주목받았다. 최근 tvN '갯마을 차차차'에서 풋풋한 연애를 시작하는 치과의사 역으로 크게 사랑받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당시가 문득 떠올랐다. 무려 11년의 시간차를 뛰어넘어 여전한 외모가, 시간의 직격탄을 맞은 듯한 중년의 내 모습과 비교되니 좀 쓸쓸하긴 했지만.


논현동의 한 카페, 바로 앞에 앉아있는 신민아의 모습은 다분히 비현실적이었다. 부끄러울 정도로 나대는 심장소리가 충분히 들릴 정도의 거리다. 통상의 드라마 종영 인터뷰가 그러하듯,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내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그때의 인터뷰 끝자락에 신민아가 했던 아주 담백하고 평범한 문장 하나가 또렷하다.


대중에게 한 발 더 다가간 것 같아 행복해요


tvN '갯마을 차차차' 스틸


그때의 신민아는 여러 CF를 휩쓸었던 명실상부한 CF스타였지만, 작품을 통해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일이 의외로 드물었다. 그런데 그 갈증을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라는 작품으로 이뤄냈다. CF퀸으로서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던 선입견을 가뿐하게 밀쳐낸 답변이다. 거기에는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해 오랜 시간을 고민했던 신민아의 진심이 담겨있었다. 인터뷰 문장은 단순히 그것이 지닌 사전적 의미보다, 당시 인터뷰이를 둘러싼 복합적인 환경과 충분히 배합되어야만 비로소 진짜 의미를 갖곤 한다.


누군가에, 혹은 무언가에 다가선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그저 운이 좋아서 갑자기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는 일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 '운 좋은 날'이 오기 전까지 당사자의 노력이 축적됐고, 때마침 타이밍과 맞물려 실현되었을 뿐이다. 바꿔 말하면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는 이라면, 절호의 순간이 찾아온다고 한들 그 기회를 붙들 수 없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대중예술계에 있지만, '대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이들을 보는 경우가 잦다. 그저 우매한 대중이 자신의 예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폄하하는 일이 그들의 흔한 일상이다. 좋은 기회를 잡고 성공한 이들에겐 '타협'이라는 단어, 혹은 '운'이라는 단어를 억지로 갖다 붙여서 그 결과물을 있는 힘껏 깎아내리는 것도 준비된 수순이다. 차라리 그냥 "부럽다"라고 하는 게 조금은 더 솔직한 게 아닐까. 물론 내가 신은 아니기에 그들의 진짜 속내까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행복은 목표하는 바에 닿았을 때 느낀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알아주지도 않은 순간에 스스로 다잡고 목표를 좇으며 노력을 덧대는 과정 역시, 행복을 선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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