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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26. 2020

약점은 당신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씨-멘트] 맥스솔 장범준

난 '솔' 이상이 안 올라가 '맥스솔'이라는 별명도 있다. 보통 한국 남자들보다 음역대보다 낮다.
(2012년 3월 버스커버스커 인터뷰 중)


대학생이나 취준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러 가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되도록 질의응답 시간을 최대한 길게 확보해 업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럴 때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질문이 자신의 부족한 '스펙'에 대한 하소연이다. 좋은 학교가 아니라거나, 학점이 낮다든가, 외국어 점수, 수상 경력, 인턴 경험 등 자신이 부족한 것들에 대해 불안감을 내비친다.


누군가의 이력서를 보고 면접장에서 대상자를 뽑아본 경험이 있는 지금의 입장에서는 다양하게 채워진 '스펙'이란 것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과거 취준생 시절 동일한 고민을 한 경험이 있기에 그들의 불안감 역시 공감한다. 사실 '스펙'이란 것은 지원 가능한 기준만 넘어서면, 그때부터 딱히 별다른 의미는 없다. 이후는 왜 회사가 당신을 뽑아야 하는가에 집중해야 한다.


10여 년 전 난 토익 점수가 아예 없는 취준생이었다. '토익이 없으면 취업을 할 수 없다'는 마음과 '토익 점수가 도대체 내가 하는 일과 뭔 상관이 있지?'라는 마음이 부딪혔다. 결과적으로 대놓고 '을'이었던 취준생 나부랭이 신분으로 등 떠밀리듯 토익 학원을 한 두 달 다닌 기억이 있다. 하지만 오래지 않아 결국 토익 없이 취업키로 결심했다.


당시 스스로를 설득한 이론이 '닌텐도 이야기'라는 책에서 본 '강점 이론(Strength Theory)'이다. 약점을 보완하는데 시간을 쓰기보다 강점을 더 공고하게 하는 데 집중하는 전략.


토익 점수는 없지만 대학 시절부터 꾸준하게 쌓아온 여러 경험이 있고, 학점은 낮지만 기업과 연계한 외부 활동에서 유의미한 성과들을 얻은 경력이 있다. 그렇게 토익 점수 없이도 지원 가능한 회사들을 검색해 지원했고, 여러 곳에 동시 합격하는 호사를 누렸다. 이후에는 경력직 이직이었기에 단 한 번도 토익 점수가 필요했던 적이 없다.


버스커버스커 ⓒ청춘뮤직


장범준을 만나 인터뷰를 한 것은 행운이었다. Mnet '슈퍼스타K 3' 준우승을 하고 첫 팬미팅을 했던 날, 버스커버스커와 따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워낙 활동 자체를 하지 않았던 이라서 이후에 좀체 그를 만날 기회는 생기지 않았다.) 시종 장난기 가득한 장범준은, 음악에 있어서만큼은 진지했고 위축됨이 없었다. 고음 일색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그는 "'솔' 이상이 안 올라가 '맥스솔'이라는 별명도 있다. 보통 한국 남자들보다 음역대보다 낮다"라고 자평했다.


그러한 약점은 그의 발목을 잡지 않았다. 덕분에 "음역대가 어렵지 않고 가사도 편하니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한다고 했다. 이는 '슈스케' 출신 여러 뮤지션 중, 오랜 시간 큰 사랑을 받게 된 이유가 됐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각각 다른 능력치를 보유한 누군가가 있을 뿐이다.




*[씨-멘트]는 최근 10년간 직접 만나 인터뷰했던 이들의 '멘트' 한 단락을 소환, 그것을 토대로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말의 책]입니다. '말'이 가진 생명력이 물리적 시간을 초월해 오래도록 빛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see.ment]는 'OO 씨의 멘트', '멘트를 보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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