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흔들리는 서예지
갈대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그렇게 흔들리고 싶어요. 이미지에 치우치지 않고 작품마다 갈대 같은 연기자요.
(배우 서예지, 2013년 10월 인터뷰 중)
불혹이 코앞이지만, 여전히 주변 대다수의 관심사는 '삶의 안정'이다. 졸업하고, 취업하고, 이직하고, 전직하고, 심지어 결혼을 하는 과정에서도 그들의 주요한 체크 포인트는 '이 선택은 지금보다 안정적 삶으로의 진입인가?'에 있다. 안정이라는 골인 지점을 향해 달리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보일 정도로.
과연 '완벽한 안정'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세상 모두가 늘 지금보다 더 나은 안정을 갈구하며 단체로 애쓰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어쩌면 그저 유니콘마냥 세상 어디에도 실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최근 5번째 퇴사를 했다. 12년 차 기자임을 감안하면 많은 양의 퇴사라고 하긴 뭐하지만, 그렇다고 상대적으로 적은 양도 아니다.
횟수로 5번이나 퇴사를 경험했음에도, 그때마다 마음이 요동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전히 쫄린다. 철밥통을 얻으려고 청춘의 시간을 담보 잡힌 채로 공무원 시험을 몇 번이고 보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이 나라에서, 말짱히 다니던 회사를 제 발로 걸어 나오는 일은, 늘 녹록지 않다. 특히 무엇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과 맞닥뜨릴 때면 더더욱 그렇다.
변화와 성장을 위한다는 명목 하에 안정적인 궤도를 벗어나야 할 순간이 있다. 확실성이 없기에 불안정하다. 불안정은 불안을 낳고, 그 불안을 이겨내야만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는 기차에 올라탈 수가 있다.
데뷔하던 당시 서예지 배우는 20대 초반이었는데, 인터뷰 당시 에너지가 넘칠 것처럼 찰랑거렸다. 그 생명력 가득한 모습에 인터뷰를 하는 내내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다. 갈대처럼 흔들리고 싶다는 말은 작품 속 배역에 대한 이야기에 불과했지만, 한편으로 그게 나와 우리 모두의 불안정한 삶에 대한 이야기로 들려 몇 번이고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