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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May 16. 2020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씨-멘트] 말하는 치타

'센캐' 아니다.
할 말을 안 하면 병 생길 거 같아서 다 하는 것뿐이다.
(래퍼 치타, 2015년 4월 인터뷰中)


  말을 아끼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배우고 자란 세대는 부당한 일을 보거나 당해도 속으로 삭히며 참았고, 말해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강한 확신에 애써 목구멍으로 나오려는 말도 있는 힘껏 깊숙한 곳으로 다시 밀어 넣곤 했다.


시대는 변했다. 이곳저곳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며 꿈틀댔다. 변하는 과정은 힘들었고, 그에 따른 반발도 거셌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 작은 목소리는 누군가와의 연대를 통해 힘을 얻었고, 닿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권력자에게도 그 소리가 뻗어갔다.


말이 가진 본연의 힘이다. 이 때문에 누군가 그토록 오랜 시간 모두의 입을 틀어막기 위해 한껏 공들인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입을 겨우 떼게 된 우리는 이제부터 더 부지런히 말할 필요가 있다. 물론 각자의 말에는 각자의 생각이 담겨야 하고, 그 생각을 내실 있게 다져두는 것은 말을 뱉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치타 ⓒC9엔터테인먼트


누군가의 말을 텍스트로 전달해야 하는 인터뷰어의 입장에서는 말을 그저 '잘'하는 인터뷰이보다 말주변이 서툴러도 좋으니 '자신의 말'을 하는 인터뷰이가 훨씬 더 좋다.


하지만 그간의 인터뷰 경험을 톺아보면 인터뷰이가 가진 인기와 스스로의 생각을 말하는 비율은 대부분 반비례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기에 그렇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그렇기에 더 제대로 다져놓은 자신의 진짜 생각을 내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인터뷰 전부터 "XXX과 OOOO에 대한 이야기는 할 수없다"라고 못 박고 시작하는 인터뷰는 시작도 하기 전에 힘이 빠지는 경우다. 돈 되는 일에 반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옳은 목소리를 내고 싶지 않다는 그들의 행태가 가끔은 안쓰럽고 또 씁쓸하다.


Mnet '언프리티 랩스타'가 종영한 직후 인터뷰로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던 치타는 "할 말을 안 하면 병 생길 거 같아서 다 하는 편"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치타가 지금보다 더 유명해진 이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는 뮤지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치타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인터뷰이가 지금보다는 더 늘어났으면 했다.


치타 인터뷰를 위한 호피. #언프리티랩스타 #김치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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