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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민 Oct 24. 2019

인생은 회전목마가 아니다

[씨-멘트] 김남길의 롤러코스터 인생

미끄러지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올라오면 된다.
그저 탄탄대로만 달리다가 확 미끄러지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
(배우 김남길, 2014년 7월 인터뷰中)


김남길은 '웃긴' 배우다. 실제로 겪어본 사람들이 이러한 이야기를 글이나 말로 부지런히 전하기도 하지만, 좀처럼 멀리까지 번지질 않는다. 그의 하이톤 수다를 실제 눈 앞에서 보고 듣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스며 나오게 된다. 본인 스스로도 인터뷰 혹은 방송에 나와 그러한 지점을 때때로 언급하는데, 작품 속에서 본 강렬한 캐릭터 이미지가 뇌리에 깊게 박혀 아무래도 잘 씻겨나가지 않는 것은 도무지 어쩔 수가 없다. (난 여전히 드라마 <선덕여왕> 속 피칠갑한 비담의 모습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인터뷰이를 만날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 중 하나가 이러한 '이미지'로 생겨나는 '선입견'이다. 카리스마가 넘칠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만나보니 웃긴 경우는 유쾌한 반전 매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 그나마 괜찮다.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넉살 좋은 코믹한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배우를 만났는데, 실제 성격은 진지하고 과묵한 경우를 예로 상상해 보자. '오늘 뭔가 기분이 안 좋은가?' '나한테 왜 이러지'하고 자칫 오해를 하게 된다면, 그것만큼 곤란하고 난처한 게 또 없다. 인터뷰이의 입장에서는 실제의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만큼 낭패가 없다. 그 인터뷰는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다.


이미 어느 정도 친분이 있거나, 몇 번 만나본 적이 있는 사이의 인터뷰라면 편하고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이러한 경우에 부딪히는 경우가 은근히 자주 생겨난다. 때문에 이러한 시행 착오를 피하고자 행하는 것이 관계자나 주변인의 사전 인터뷰다. 해당 기획사 사람도 좋고, 한 번 작업을 해보았던 방송이나 영화, 혹은 화보 현장의 스태프도 괜찮다. 이미 겪어본 누군가의 조언은 확실한 도움이 된다.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스틸


모두의 인생이 늘 성공의 연속이라면 얼마나 행복하겠냐만은, 우리네 인생이 그렇게 전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인생지사 새옹지마',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우리 앞에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은 결코 예고를 동반하지 않으며, 기대와 예상을 오히려 멀찌감치 빗나가는 경우가 더 잦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달려있다. 한 작품 한 작품, 평가대에 올라서야 하는 연예인의 삶도 예외는 아니다. 한껏 노력을 쏟은 작품이 대중의 외면을 받거나, 스스로의 의도와 무관하게 긴 공백기나 슬럼프를 맞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이건 불가항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기의 하강 궤도는 가파를수록 더 아프다. (생전 인기라는 것을 얻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알 수 없으나, 여러 인터뷰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통해 짐작한다.)


미끄러지는 부분이 있으면 다시 올라오면 된다.

김남길 배우는 공백기, 혹은 이전 작품이 큰 사랑을 받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덤덤한 말투로 긍정적인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의 모습은 그래서 더욱 빛났고, 가치 있어 보였다. "좋은 일과 안 좋은 일이 롤러코스터처럼 반복됐지만, 그저 탄탄대로만 달리다가 확 미끄러지는 것보다 훨씬 더 낫다"는 말은 딱히 뭔가를 더하고 뺄 게 없을 만큼 탁월한 설명이라 여겨졌다.


인생은 회전목마가 아닌, 굴곡 심한 롤러코스터에 가깝다. 탑승한 그 순간부터 수시로 오르내린다. 다행히도 하염없이 솟구치기만 하거나, 바닥까지 뚫고 하강하는 경우는 좀체 일어나지 않는다. 예측을 벗어나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앞날을 마주할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태도는 김남길 배우가 말했던 것처럼 가능한 긍정적인 마인드를 장착하는 것이 아닐까. 거듭 생각해도 딱히 그것 만한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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