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멘트] 유병재는 행복하다
유병재는 행복하다
"정말 행복한 직업이라 생각한다. 난 성격이 급한 편이다. 회사원은 열심히 해도 보상이 주어지기까지 어느 정도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코미디는 1초도 안 돼서 웃음이 나온다. 나도 행복하고, 웃는 사람도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한 그런 피드백이다."(방송작가 유병재, 2015년 6월 인터뷰中)
"요즘 너 행복해?"
최근 2~3년간 사람들을 만나면 잊지 않고 꼭 물어보는 말이다. 이 질문에 "난 요즘 정말 행복해"라고 고민도 없이 답했던 사람이 과연 있었는지 가물가물할 정도로 그 수는 현저히 낮다. 대개는 "행복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느냐?"며 "그냥 산다"라는 쓸쓸한 설명이 대충 덧대어진다. 재미가 없어도 회사를 다니고, 먹고살기 위해서 기계적으로 일을 한다.
인생이 언젠가부터 재미도 없고, 행복과는 아주 동떨어진 세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것을 큰 문제로 여기지 않는 이유는 심플하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게 살고 있기 때문이다. 괜히 혼자서 궁상을 떨 필요는 없다. 행복 따위를 묻는 의미 없는 행동은 자체적으로 생략한지 오래다. 그렇기에 이 같은 질문이 몹시 어색하고, 당황스럽다. 기억도 안 나는 아주 오래전, 그 언젠가부터 그냥 하루하루를 산다. 아니, 살아내고 있다.
'직업'이라는 것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그러니깐 힘든 것도 참아내야 하고, 부당한 것도 모른 척 넘어가야 하고, 부품처럼 자신에게 할당된 분량의 일을 기계적으로 처리할 뿐이다. 그렇다면 일을 제외한 나머지 삶은 그나마 행복할까? 슬프게 그것도 또 아니다. 일의 영역이 삶의 나머지 영역을 예고 없이 침범해 '워라밸'이란 단어를 비웃기라도 하듯 '워라일체'의 라이프가 순식간에 눈 앞에 펼쳐졌다. 자신이 서 있는 곳을 인지할 때는 이미 벗어날 수 없을 만큼 깊숙하게 들어와 버렸다.
아무리 인터뷰 중이라도, 자신의 삶이 완전히 행복하다는 이야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물론 "난 지금 불행해서 미칠 것 같아!"라는 투의 이야기가 나올 리도 없다.)
인터뷰를 위해 몇 번인가 마주했던 유병재 작가는 화면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진지했다. 그리고 자신의 업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내비쳤고, 행복에 대한 만족도가 상당했다. 인터뷰 형태가 아닌,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싶은 사람. tvN 'SNL코리아' 시절보다 인지도가 더 높아지고, 영향력이 커진 그가 여전히 행복하게 자신의 직업을 마주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입버릇처럼 흔히 내뱉는 "죽지 못해서 산다"는 말이 앞으로 언젠가는 아주 해괴망측한 문장이 되었으면 한다. 상대방의 '행복'을 묻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세상, 오늘도 즐거웠고 내일도 유쾌한 하루를 기대하는 시대가 모두에게 선물처럼 왔으면 싶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씨-멘트]는 최근 10년간 직접 만나 인터뷰했던 이들의 '멘트' 한 단락을 소환, 그것을 토대로 내용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내는 [말의 책]입니다. '말'이 가진 생명력이 물리적 시간을 초월해 오래도록 빛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see.ment]는 'OO 씨의 멘트', '멘트를 보다'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