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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주작은행성 Mar 05. 2024

무언가가 박혀있을 때

손미 - 못

 손미 시인 / 민음사 - 양파 공동체 수록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목에 걸린 못 때문에

여기까지 


키가 자라면

저걸 뽑아야지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며 


저것만 빼면 살 것 같다 


다시 만나자

사람들은 작별을 고하며 갔다 


목에 걸린 못 때문에

나는 여기에 있고

너를 사랑한다 


점점 피 냄새가

없어지고

속을 파내면서

발버둥 칠 때 


툭--

목이 뜯기는


나는 못에 걸렸다

뛰어넘다가 


키가 자라면 못을 뽑을 생각이었는데

박힌 자리를 더듬더듬 기억하면서

내 못을 잊지 않고 있었다 


목에 박힌 못만 빠지면

좀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작별은 고하며 간다

나는 못에 걸려 잡을 수 없다

여기에서 당신을 바라본다 


나의 일부가 된 못

빼낼 수 없이 

목 속 깊은 곳에 들어간 못 


내 속을 계속 파내면서 

발버둥 쳐도

어쩌면 이미 뽑혀 사라진지도 모를 못은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나는 못을 뽑기 위해

목을 뜯는다.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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