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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Oct 29. 2018

어린이집 적응 2단계를 앞두고

딸에게 보내는 편지 #3

"내일은 10시까지 아이들 데려와 주시고, 부모님들께서는 인사하고 나가시는 걸로 해볼게요."


어제와는 다르게 선생님,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있는 너를, 아빠는 흐뭇하게 지켜보고만 있다가 정신이 번쩍 들었어.

막상 엄마가 아닌,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너를 맡기고 돌아서야 한다고 생각하니 실감이 안 났던 거야.


'자지러지게 울면 어떡하지...'


그 순간 옆 반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렸어. 생각해보니, 30분이 넘도록 그치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아빠는 그제야 신경이 쓰였나 봐. 너보다 언니, 오빠인 아이들이 있는 반이었을 텐데, 거긴 어린이집에서 부모와 헤어지는 걸 좀 일찍 시작했던 거였어.

 

아빠에겐 그 아이들의 울음이, 남 일 같지 않았어. 너를 데려다주고 인사를 할 때, 너의 우는 표정을 보게 된다면 아빠는 너를 두고 나갈 수 있을까. 코끝이 찡해졌어.


네가 평소처럼 웃으면서 "빠빠이~"고 인사해주더라도 아빠는 비슷한 감정을 느낄 것 같았어. '진짜 괜찮은 걸까... 힘든데 애써 웃어 보이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말이야.


문득, 오늘 아침의 네 모습이 떠올랐어. 너는 아빠에게 장난을 친다고 혼자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지. 아빠가 몇 번을 열어도 꺄르르 웃으면서 다시 닫기를 반복했어.


"낭콩이 두고 아빠 혼자 어린이집 가야겠네~"


아빠의 말에 그제야 너는 다급히 문을 열고 나오면서 아빠에게 말했어.


"같이 가~"

내복 차림에 가방부터 둘러멘 너는 빨리 나가자며 재촉했지. 그 모습을 본 아빠는 네가 '어린이집 가는 게 조금은 익숙하고 재미있어졌나 보다'라고 생각하고, 안심했었단다.


그런데 막상 다음 적응 단계를 코앞에 두고 있으니, 네가 마냥 좋아만 하는 모습들도 이젠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되네. '어린이집은 항상 아빠랑 같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지.


먼 미래에 이 글을 읽고 있을 너는 '참.. 아빠는 걱정도 많으셨네'라며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네가 어린이집에 간다는 건 너뿐만 아니라 엄마 아빠에게도 커다란 도전이었단다.


글을 쓰다 보니 이젠 너보다 아빠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 어린이집에서, 너는 무덤덤한데 오히려 아빠가 울어버리는 건 아닐까. (인정하기 싫지만 아빠가 은근 눈물이 많거든.)


그래도, 3일을 더 함께 할 수 있으니 좋은 생각만 하며 잘 참아볼게. 하루하루 즐거운 일만 가득할 수 있도록.


2018.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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