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날씨는 어찌 돼도 상관없습니다.
따뜻한 봄날이라 여겼다가 추운 바람에 몸을 움츠리기를 반복합니다.
어차피 겹겹이 옷을 껴입거나,
한 꺼풀 벗으면 되니까요.
봄이라는 글자만 새겨진 3월입니다.
조용히 한밤중 골목길을 돌아다닙니다.
어디선가 따뜻한 불빛이 흘러나오네요.
담장이 없는 작은 성당을 기웃거립니다.
구원을 찾으려는 것은 아니지만,
평온을 얻으려는 마음에.
아무도 없는 작은 공간에 빛이 고요하게 채워집니다.
저 멀리서 나를 끌어당긴 빛입니다.
잠시 성당 앞에 서서 빛을 바라봅니다.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없지만,
원했던 평온은 느낄 수 있습니다.
작은 골목과 오래된 건물은 시간을 담고 있습니다.
축적된 시간은 인간의 끝없는 이익으로 사라져 버립니다.
이 공간은 어떻게 될까요?
오랫동안 버텨오며 시간뿐만 아니라 사람과 평온을 지켜오던 곳.
그 공간이 앞으로도 존재하기를 바랍니다.
온화한 불빛 때문에 따스할 줄 알았던 공간은 차갑습니다.
내 마음이 차가운 걸까요?
평온을 얻었다고 하지만,
금세 식어버린 마음은 어지러운 바깥으로 향합니다.
그곳에 내가 머물 곳이 있으니까요.
안식처를 찾는다기보다,
살아갈 곳을 찾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살면 되지, 뭐.”
이 한마디에 삶의 의미를 던져 놓고 살아야 할 곳을.
그곳은 바로 관계가 있는 곳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