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소설] 고양이의 보은

by 홍윤표

월요일 퇴근 후 원룸 건물에 들어서자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까만 고양이. 어두운 밤이었기 때문에 못 보고 지나칠 뻔할 만큼 까맸다. 마치 어둠 속에서 두 눈만 둥둥 떠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고양이는 날 보고 야옹- 울었고, 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맥주 안주거리로 산 육포를 조금 뜯어 주었다. 조용한 복도에 고양이가 야금야금 육포를 씹어 먹는 소리만 들렸고, 그 소리가 듣기 좋아 그 자리에서 9천 원짜리 육포를 다 주고 말았다.
고양이는 앞발로 입을 쓱 닦으며 말했다.
덕분에 잘 먹었어. 보답을 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딱히 보답을 바라고 한 건 아닌데. 그냥 네가 야금야금 먹는 소리가 듣기 좋았어.
뭐래. 어쨌든 은혜를 입고 보은을 안 하면 다음 생에 고양이로 못 태어나니깐 꼭 보답은 해야겠어.
제멋대로군. 그럼 9천 원만 줘.
돈 말고, 딴 건 없어?
응.
음, 기술은 어때?
기술…….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먹고살긴 하더라.
어, 아니. 그 기술 말고. 하아-
그럼 뭐?
내가 갖고 있는 기술 중에 하나 알려줄 수 있는데.
갖고 있는 기술이 뭔데?
많지. 높은 곳에서 떨어져도 끄떡없는 거라던가, 좋은 후각이라던가, 야행성 시력이라던가 등등. 참고로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 것도 진짜야.
아, 그러니까 고양이가 갖고 있는 습성을 말하는 거네?
어 그렇지. 뭐 할래?
음, 딱히 필요한 건 없는데.
뭐 이래. 빨리 하나 말해봐.
음.. 아! 하나 있다!
오, 뭔데 뭔데?
발바닥.
응?
네 발바닥. 말랑말랑한.
내 발바닥이 뭐?
말랑말랑한 분홍색 발바닥이 갖고 싶어. 그거 만지면 되게 기분 좋거든.
이 씨. 너 쫌 이상한 녀석이네.
어때? 그것도 줄 수 있어?
음, 이거 말이지.
그래. 발바닥 쳐다보지만 말고 얼른 말해봐.
이건 기술이 아닌데. 으- 좋아!
앗싸!

그 후로 나에겐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 길을 가다 마주치는 아무 고양이에게나 다가가 쪼그려 앉아 손을 내밀면 모든 고양이는 주저 없이 나에게 발바닥을 내민다. 그럼 난 말랑말랑한 분홍색 발바닥을 한참 조몰락거리다 놓아주고, 고양이는 가던 길을 간다.

혹시라도 길을 가다가 어두운 밤에 못 보고 지나칠 뻔할 정도로 까만 고양이를 보시거든 육포를 건네주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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