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소설] 조각

by 홍윤표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얼굴 한쪽이 비어있었다. 오른쪽 눈 아래, 광대뼈가 있어야 할 자리에 ㄱ자 모양으로 빈틈이 있었다. 그러니까, 마치 조각 하나가 빠진 퍼즐 같았다.
남자는 서른을 넘길 때까지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없었다. 연애 경험은 몇 번 있지만 모두 세 달을 넘기지 못했다. 남자는 항상 어딘가 허전해 보였고,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보였다. 남자는 누구에서도 만족감과 안정감을 찾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가 제 짝을 찾지 못해 그렇다고 말했고, 남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남자가 여자를 만난 건 서른두 살이 되었을 때였다. 남자가 다니던 조그만 회사에 여자가 입사했다. 남자는 첫눈에 여자가 자신의 짝이란 걸 알았다. 여자의 오른손 검지 끝에는 ㄱ자 모양의 혹이 있었다. 여자는 남자의 볼에 손가락을 댔고, 혹은 빈틈에 딱 들어맞았다. 사람들은 남자가 드디어 천생연분을 만났다고 했다. 그건 여자의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여자 역시 지금까지 제 짝을 찾지 못했고 항상 허전함을 느껴왔다. 남자와 여자는 연애를 시작했고 사람들은 모두 두 사람을 축하해 줬다. 이제야 그들이 제 짝을 찾았다고, 제자리를 찾았다고 안도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은 행복했다. 오랜 방황 끝에 보금자리를 찾았다고 여겼고, 천생연분을 만나게 해 준 하늘에 감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조금씩 깨달았다. 허전함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았고,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는 생각도 그대로였다. 여자가 가끔 남자의 볼에 손가락을 갖다 대면 퍼즐 조각은 딱 들어맞았지만, 남자의 눈에서 공허함이 사라지진 않았다. 여자는 남자의 볼을 만질 때마다 남자의 텅 빈 눈동자를 마주해야 했다. 그건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함께한 지 세 달이 지날 즈음 두 사람은 헤어졌다.

그 뒤 남자는 대학 선배가 창업한 회사로 옮기게 되었다. 사무실 근처 삼겹살집에서 남자의 송별회 자리가 조촐하게 열렸고, 술자리가 무르익어갈 때 남자는 식당 외부에 있는 화장실에 가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불판의 열기와 소주 한 병의 취기로 불콰해진 얼굴을 식히려고 남자는 시원한 밤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올려봤고, 그런 남자에게 여자가 다가왔다. 두 사람은 잠시 나란히 서서 밤바람을 쐬었고 그렇게 말없이 각자의 생각에 빠졌다. 또각. 여자는 오른손 검지에서 ㄱ자 모양의 혹을 떼어 남자의 볼에 붙였다. 여자는 잠깐 남자의 볼을 만졌고 그대로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휑하게 볼을 후비던 바람이 퍼즐 조각이 맞춰지자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볼을 쓸었다. 남자는 여자가 사라진 골목을 한참 바라보다 식당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회사로 옮긴 지 일 년 후 남자는 여자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일 년 뒤에 남자도 결혼했다.
남자는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자 평생 자신을 옭아매던 허전함과 상실감이 조금씩 사라지는 걸 느꼈다. 그게 조각이 맞춰진 볼 때문인지 아닌지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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