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친구들과 아파트 단지 내에서 놀다가 뭔가 필요한 게 있으면(주로 장난감이었다) 3층까지 올라가는 게 귀찮아 엄마-하고 불렀다. 그러면 엄마는 부엌에서 저녁밥을 지으시다가 창문을 열고 왜-라고 물으시며 내려다보셨고, 내가 말하는 걸 화단으로 조심스럽게 던져주시곤 했다.
그날도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가 남자아이들이 으레 그렇듯이 갑자기 칼싸움이 시작됐고, 난 집에 있는 장난감 칼이 급히 필요하게 됐다.
어김없이 3층 우리 집을 올려다보며 엄마-하고 외쳤고,
저녁밥을 지으시던 엄마는 어김없이 왜-라며 내려다보셨다.
난 칼 좀 던져줘- 소리쳤고, 엄마는 잠시 후 이거?라고 장난감 칼을 꺼내보이시고는 조심스럽게 던지셨다.
난 눈으로 떨어지는 칼을 좇았고, 2층 높이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할 때쯤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졌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는 친구들과 화단을 샅샅이 뒤졌고 결국 날이 저물어 엄마들이 저녁 먹으라고 친구들을 부를 때까지 찾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칼은 영영 사라졌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오늘,
오늘도 아침부터 김 부장에게 시원하게 욕을 먹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거?라는 익숙한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들려오고, 곧이어 김 부장의 정수리 위로 무언가 툭! 떨어졌다.
기절한 김 부장의 옆에는 어릴 적 잃어버렸던 장난감 칼이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