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소설] 꽃

by 홍윤표

어느 날 휴대전화 액정에 조그만 금이 가있는 걸 발견했다. 어디에 떨어트리거나 부딪힌 기억은 없었다.

금은 매일 조금씩 화면을 잠식해 갔고 일주일 후엔 액정 가운데 작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 조그만 새싹이 돋아났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사람들은 신종 오류가 아닌지 의심했다.

하지만 운영체제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이 현상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고,

당연히 수정되지도 않았다.

새싹은 조금씩 자랐고 꽃이 되었다.

어딜 가든 휴대전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사람들은

이제 휴대전화에 각자 꽃 한 송이씩을 갖고 다니며 서로의 꽃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오류는 수정되지 않았지만 영리한 몇몇 기업에서 어플을 개발했고,

이 어플은 매일 꽃에게 물과 영양분과 햇빛을 제공하는 기능을 한다.

물론 시스템 상으로 말이다.

사람마다 꽃의 종류는 달랐고,

이제 거리의 모든 사람들은 한 손에 꽃을 들고 다녔고,

거리는 꽃내음으로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