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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폼소설] 장풍

by 홍윤표

그땐 장풍을 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총과 칼을 사용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장풍을 쏠 수 있게 된 지금은 서로 싸울 때 장풍을 쏘곤 한다.


각 국 정부는 장풍을 규제하기 위해 고심했지만 갑작스러운 현상에 대처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미 아프리카와 남미의 몇몇 국가는 규제에 실패했음을 시인했고 무정부 상태가 되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장풍에 의한 피해사례가 가장 적었는데, 그것은 한국 정부가 규제에 성공했다기보다는

현저히 약한 한국인들의 장풍 세기(이하 장풍력이라 표기한다) 때문이었다.

어느새 세계 기준이 된 미국인들의 장풍력이 1이라면

세계 최고인 온두라스인의 장풍력은 27.2인 반면,

한국인들은 고작 0.0004에 불과했다.

온두라스에서 개인 간 싸움이 나면 건물 몇 채쯤은 거뜬히 파괴되지만

한국에선 서로의 앞머리만 팔랑 쓰다듬어 줄 뿐이다.


아무튼 세계 최초의 장풍 사례가 보고된 지 5년이 지난 후

제대로 국가기능을 유지하는 곳은 다섯 군데밖에 남지 않았고,

그나마 한국과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세 국가의 인구는 90% 이상 감소했다.

한국은 장풍 발생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무더운 한여름 길거리에서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서로에게 "아도겐!"을 외치는 풍경이 흔한 일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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