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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 AF-D / 필름: Kodak Ultramax 400 / 일자: 25.10.03.
카메라: MINOLTA HI-MATIC AF-D / 필름: Kodak Ultramax 400 / 일자: 25.10.05.

지난 추석 연휴에 아쿠아리움에 갔었습니다. 물고기도 많고 사람도 많았어요. 아무튼 오랜만에 가니 재밌었습니다.

물고기도 주행성과 야행성이 있다고 해요. 주행성 물고기들은 낮에는 깨어있고 밤에 자겠죠. 낮에는 저렇게 열심히 수족관 안을 헤엄치고 밤에는 수평으로 떠있거나 바닥에 가라앉거나 무리에 섞여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어지럽게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왜 이렇게 열심히 헤엄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봐도 이유 없이 수족관 안을 왔다 갔다 하는 걸로밖에 안 보이거든요. 하지만 제가 모르는 그들만의 이유가 있겠죠.

어쨌든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수족관의 모습은 참 아름다웠어요.

이틀 후엔 과천에 있는 과학관에 갔습니다. 잠깐만 둘러볼 생각이었는데 볼거리가 너무 많아서 반나절을 보내고 왔어요.

거기서 커다란 지구본을 봤습니다. 푸른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며 자전하는 지구의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어요.

푸른 지구의 모습을 보다가 문득 이틀 전에 본 수족관이 떠올랐습니다. 수족관과 지구가 참 비슷하구나 하고요.

수족관의 물고기들처럼 푸른 지구 안에서 각자의 이유를 갖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움직이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묘하게 닮은 것 같지 않나요.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즐기고, 열심히 누군가를 만나고, 열심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혹은 미워하고.

열심히든 아니든 어쨌든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내는 우리 모두의 풍경을 누군가가 우주에서 바라본다면, 제가 수족관을 바라보며 느꼈던 감정을 똑같이 느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분명한 건 우리가 사는 세상도 저 수족관처럼 참 아름다울 거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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