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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전목마

by 홍윤표
카메라: MINOLTA HI-MATIC AF-D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5.09.04.

테마파크에 가면 항상 회전목마를 탑니다. 저도 그렇고 아이도 그렇고 격한 놀이기구를 잘 못 타서 그나마 타는 게 회전목마 정도죠. 밖에선 시시해 보여도 막상 말에 올라타면 괜스레 긴장되고 흥분되기도 합니다. 이런 게 놀이기구의 매력인가 봅니다.

회전목마는 옛날 링 마상 창시합에서 유래했다고 해요. 훈련하는 동안 실제 말을 사용했는데 말이 과로하지 않도록 기둥에 장착된 바퀴에 나무 말을 달아 훈련한 것에서 기인했다고 하네요. 재밌는 건, 나무 말을 돌리는 바퀴를 작동시키기 위해 초창기에는 실제 말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무 말을 움직이기 위해 실제 말이 움직이는 거죠. 뭔가 말장난 같기도 하고 참 아이러니 하네요.

가짜를 위해 진짜를 소모하는 아이러니.

칸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목적이며, 결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끔은 이 당연한 사실을 잊기도 합니다. 결국은 인간이 목적일진대 인간이 수단으로, 소모품으로 여겨지는 일이 생기기도 해요. 심지어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에게 그러기도 하니까요.

인생은 회전목마라고 하죠. 회전목마를 즐기기 위해선 회전목마를 돌리는 말이 되어선 안 되겠습니다.

놀이기구는 타야 제맛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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