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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by 홍윤표
251119361669460012.jpg 카메라: OLYMPUS OM-1 / 필름: Kodak Colorplus 200 / 일자: 25.11.2.

나뭇가지에 마지막 잎새가 아슬아슬 달려 있습니다. 소설에서처럼 저 낙엽이 떨어진다고 뭔가가 끝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떨어지면 쓸쓸한 기분이 들 것 같네요.

계절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죠. 서서히 물들듯이 바뀌어서 우린 어느새 성큼 다가온 다른 계절에 당황하기도 합니다. 더위와 추위 사이의 낙차가 심해져서 준비가 덜된 우리 몸에 환절기 감기가 찾아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나무들은 이미 바뀌는 계절에 차곡차곡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때에 맞춰 새싹을 돋고 꽃을 피우죠. 잎새는 색을 바꾸고, 그리고 떨어집니다. 떨어질 때를 알고 떨어지는 잎새를 보면 쓸쓸하면서도 한편으론 작은 감동을 받기도 해요. 저 잎새는 나뭇가지를 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바람과 햇살을 견디어 왔을까 생각하면 말이죠.

뭔가를 놓아준다는 게 그걸 포기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놓아준 그 자리에 새로운 무언가가 자란다는 걸 알기까지도 적잖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희망을 버리고 단념하는 걸 체념이라고 하죠. 국어사전을 보다 보니 체념에는 이런 뜻도 있더라고요. '도리를 깨닫는 마음.'

나무에 새싹이 돋고 꽃이 피고 잎새가 자라며 색을 바꾸고 그리고 결국 떨어지는 이 모든 과정이 허튼 시간이 아닌 것처럼, 체념을 하기까지 걸어온 그 시간들과 상처받으며 단단해지는 마음가짐이 뭔가를 깨닫는 과정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신만의 리듬으로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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