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힐 웅덩이에 있을 때 너무 많은 질문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자기 성찰은 중요하지만 고난의 신비를 다 풀려고 하지 마십시오. 우리가 질문한다고 해서 그 해답을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강준민, 기다림은 길을 엽니다
묻고 또 물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걸까? 그는 도대체 왜 그렇게 생을 마감했을까? 어릴 적 상처가 너무 커서 그랬을지도 몰라. 아니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일지도. 그렇게 과거라는 거대한 장벽을 두드리며 인생이라는 퍼즐을 맞춰 본다.
하지만 때로는 답을 찾을 필요가 없는 문제도 있는 법이었다. 그저 가만히, 구렁텅이 속에서 머물러 있기만 해도 그토록 찾던 답이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한번 작업을 먼저 해볼까요?
처음 겪어보는 상담 방식이었다. 보통은 상담사와 처음 만나게 되면 나의 과거나, 힘든 점을 구구절절 나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은 내 이야기를 듣자마자, '작업'이라는 것을 먼저 해보자고 했다.
도대체 뭘 작업한다는 걸까. 처음 만나는 사람의 지시에 나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먼저 몸을 한번 관찰해 볼까요. 혹시 지금 몸에서 불편한 곳이 있으세요?"
"팔이요. 움직여지지가 않아요."
분명 돈을 지불하고 이곳에 왔는데, 이상하게 긴장이 되어 온몸이 굳어 있었다. 뭔가 잘못이라도 한 사람마냥 고개는 숙여지고, 허리는 굽어졌다. 팔은 마비가 된 채 도통 움직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로보트가 된 것처럼.
"그러면 팔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머물러 볼까요?"
보통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빠져나오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는 나에게 '머무르라'고 말했다. 마비된 그곳의 감각을 더욱 깊이 느껴보라고.
그렇게 심호흡을 하며 3분 정도 흘렀을까. 점점 마비된 팔이 풀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팔이 괜찮아지자 이제는 허벅지가 마비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선생님... 이제는 허벅지가 이상해요."
한참을 반복했다. 팔, 허벅지, 머리, 그다음은 무릎, 그리고 배... 그렇게 40분 정도 흐르자 내 몸은 더 이상 작업이라는 것을 할 신체 부위가 없을 정도로 안정되기 시작했다.
"오늘 한 거는 안정화 작업이에요. 상담을 할수록 더 깊이 들어갈 거고요. 그러면 다음 주에 또 뵐까요?"
그렇게 처음으로 초콜릿을 찾지 않아도 되는 상담을 경험하고, 날아오를 것만 같은 기분으로 건물 밖을 나섰다. 이제 막 한 겨울로 들어서려 하는 쌀쌀한 날씨에, 이상하게 따뜻한 무언가가 가슴에 몽글몽글 맺혔다.
직감했다. 무언가가 열리고 있구나. 끊임없이 이어지던 불안 속에 감춰져 있던, 하지만 어디에서도 절대 놓지 않고 있던 무언가가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을.
아마 그저 평화롭기를 원했던 모양이다. 왜 아버지가 그렇게 되었는지, 나는 지금 무슨 마음에 처해있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안에 깊이 머무르는 시간을 바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집으로 점점 가까워지며 드리우는 또 다른 질문.
이것은 과연 명상과 무엇이 다른가?
예전에 잠시 명상을 하며 마음이 매우 안정된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의 상담 선생님은 그것이 '마취'된 것과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인정했다. 그것은 잠깐의 안정이지, 진정한 평온함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명상하고 있지 않을 때도, 명상하듯 살 수 있는 단단한 마음이니까.
무언가 열리고 있다는 희망, 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가시지 않는 의문. 그 모든 것을 뒤로한 채, 오늘만큼은 내 방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침대로 퐁당 뛰어들어간다. 온 긴장이 풀어진 몸과 마음으로, 아주 깊은 밤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