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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민주주의는 소의의 집합체이다.

그들 기준의 대의만 추구하는 운동권의 패착

by Braun

투표권을 갖게 된 이후 나는 색채를 가리지 않고 모든 정당에 투표했다.

취업 전엔 기본소득을 주장한 진보당을 낡은 우리 집이 도저히 살 수 없어졌을 땐 새누리당을

지역구에 첫 거물 정동영이 왔을 땐 민주당을 IT/바이오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엔 국민의당을 찍었었다.

정권교체나 정권 심판 따위의 대단한 대의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라, 철저히 나를 위한 선택이었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신물이 나는 가장 큰 이유는 내 삶과 크게 연관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대의만 다루기 때문인데 역사적으로 대의라는 것은 과연 존재했는지 되묻고 싶다.

독립운동도 6.25도 민주화운동도 대단한 대의가 담긴 것이 아닌 그저 개인들의 공통된 소박한 소의의 집합체였다. 즉 대의는 소의의 집합체이지 별도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소시민들은 그저 각자의 수준에 맞는 주거지를 갖고 싶을 뿐이다. 타워팰리스를 바라보며 저 한 채면 공공주택 10채를 나눠갖고 모두가 공평해질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미친놈은 없단 말이다.


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정당성과 권력을 가진 민주당은 태생적으로 한계를 드러냈다. 그들은 결과를 위해 과정을 언제든 희생시킬 수 있다. 그 결과는 우리의 생각이 일치되면 그걸로 된 것이지, 모두의(혹은 그들이 보기에 무지한 자들) 생각을 담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이것을 대의라고 여긴다.


진보는 결과보다 과정을 따진다. 대의보단 소의, 소의 중에서도 고립된 소의를 중히 여긴다. 지금의 민주당은 어떤 정당보다 더 수구보수가 되어버렸고 그 결과 2030이 등을 돌렸다.


2030을 잃은 민주당은 더 이상 동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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