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사람도 싫어져서 이별을 일삼는데, 고작 기계따위에 애착을 가질리는 만무하다.
그래도 아이패드는 무척이나 한 때는 애착인형처럼 품고 다녔다.
맥북에어 11인치를 7년 가까이 썼던 ux때문인지, 외부에서 작업할 때는 11인치가 딱이라고 생각했다.
화면의 크기나, 디바이스의 무게나 다 11인치가 최선이었다.
맥북 라인에서는 11인치는 단종돼서 접할 수 없었고, 나의 맥북에어도 7년간 잘 써오다가 고질병인 배터리스웰링으로 수명을 다했다. 배터리를 교체하면서까지 굳이 함께 할 이유는 없었다. 새 맥북이 언제든 내 곁에 있을테니까...
아이패드를 2019년 4월에 들였다. 주저없이 11인치를 구매했고, 이 당시의 아이패드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애플펜슬이 아이패드에 부착되면서 충전과 결속 뭐 둘 다 해결이 가능했다. 이게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홈버튼이 없어졌고, 페이스아이디가 들어갔다. 이것도 참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으로 usb c 충전단자가 생겼다. 이것이 결정적이었다.
그렇게 아이패드는 그냥 이걸로 뭘 안해도 사고 싶게끔 만들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고, 수험생도 대학생도 아닌 내게, 아이패드를 사야할 명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냥 갖고 싶었다. 그냥 궁금했다.
책은 읽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면 읽는 것이라는 말처럼,
아이패드도 쓰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사면 쓰게 될 것이라는 말같지도 않은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다.
그냥 내가 갖고 있던 맥북 프로 15인치가 밖에서 쓰기에는 좀 부담스럽다는 것이 유일한 핑계일 뿐이었다.
맥북과 아이패드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지만 그렇다고 맥북에어를 살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2019년 4월부터 2023년 10월까지는 왓츠인마이백에는 늘 아이패드가 들어있었다.
전자책도 읽고, 굿노트와 노타빌리티를 번갈아가면서 끄적여대고, nplayer로 영화나 드라마를 보기도 했다.
키보드도 두 번이나 구매해서 아니 세 번 구매해서 문서작성도 틈틈이 하기도 했다.
그러기에 아이패드와 그 주변기기에 투자한 금액이 200만 원에 육박한다는 것은 좀 어이가 없긴하다.
그리고 2024년 3월, 나는 뜬금없이 맥북프로 14인치를 샀다.
이것도 별 이유가 없었다. 직장생활을 하느라 딱히 맥북은 필요가 없었다.
거지같은 윈도우를 사용하는 거지 데스크탑과 모니터가 한글문서의 커서를 깜빡이며 나에게 어서 빨리 넌 그냥 문서 시다바리나 하라고 강요할 뿐이었다.
그래서 반항심인지 뭔지 모르는데 그냥 맥북을 샀다.
정가 299만 원의 맥북을 쉽게 살 직장인의 월급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냥 샀다.
이번 달의 나와, 다음 달의 나와, 다다음 달의 내가 합치면 맥북정도는 살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아이패드는 더더욱 그 활용도를 잃었다.
주말에는 아이패드를 쓰는 대신 그냥 술마시는데 더욱더 집중을 했다.
아이패드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하는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그냥 삭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