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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콘텐츠, 학교를 흔들다-2

자기계발 콘텐츠의 모순된 속성들

by 소소인

오직 돈


자기 계발 콘텐츠들은 성공을 위한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떠들어댄다. 그렇다면, 성공이란 무엇인가? 그들이 말하는 성공의 기준은 절대다수가 경제적 성공을 의미하고, 나머지 일부는 경제적 성공에 뒤따르는 사회적 지위와 명예를 언급하는 정도다. 결국 돈이다.


하지만 삶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가족, 혹은 예술일 수 있다. 에베레스트산을 올라가는 것일 수도 있고, 애정 어린 공동체를 운영하는 일일 수도 있다. 이들 모두 우리 사회 안에서 허용되는 것들이며 삶의 목표로서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계발서들은 하나같이 ‘돈’이 삶에서 가장 중요하며, 돈의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비난한다. 그리고 학교는 돈의 현실을 기만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삶의 진실을 감추고 차가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하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학교는 돈의 가치를 폄훼하거나 금욕적인 성직자의 삶을 살아가라는 지침을 내린 적이 없다. 다만 개인의 발전을 추구하되,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뿐이다.(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구현되고 있는지는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자기 계발 콘텐츠에서 성공이란 ‘돈과 명예’이며, 학교는 이것을 가르치는 데에는 무능한 기관일 뿐이다.


무자비


자기 계발 콘텐츠들은 실패를 모른다. 그들은 ‘성공’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기 때문에 실패는 성공에 관련될 때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100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다면 그 실패들은 가치 있는 것이고, 실패 끝에 성공이 따라오지 않았다면 그간의 일들은 모두 낭비로 해석된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는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거나 원하는 대학에 낙방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은 모두 ‘실패자’인 것이며, 그간의 시간은 모두 무의미한 것인가. 자기계발서들의 논리를 따른다면, ‘그렇다’


학생들과 대화하다 보면 실패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성적이나 대인관계는 단골손님이고, 동아리 활동이나 장기 자랑 준비와 같은 일상적인 일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많다. 학생들에게는 매우 진지한 일들이다. 열심히 공연을 준비했는데 실수로 망쳤다거나, 동아리 활동을 위한 준비가 미흡했다든가 하는, 소소하면서도 일상적인 실패들. 이 실패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 주어야 할까.


실패가 현실이 된 상황이라면 지나간 일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격려와 위로를 해야 할 때다. 한 걸음 나아간다면 실패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의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기도 하다. 장기 자랑에서 실수로 공연을 망쳤더라도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우정을 쌓고 노래와 춤 실력을 길렀다면 거기서 만족감을 느끼자고 격려하는 것이다.


A도 마찬가지다. 아니, A는 오히려 남은 삶의 길이만큼 많은 실패 앞에 서 있다. 만약 그가 실패한 자신을 패배자로 인식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는 삶을 향한 힘 자체를 잃게 될 것이다.

무책임


자기 계발 콘텐츠들은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독자에게 돌린다. 당연하게도, 자기계발서를 읽은 모든 사람이 성공을 이루지는 않는다. 아니, 그런 책을 통해서 성공했다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대단히 힘든 일이다. 자기 계발 콘텐츠들은 말한다.

‘실패했다면 그건 내가 제시한 원칙을 실천하지 못한 너의 책임이다.’

이런 집단적인 무책임이, 서점가의 자기 계발 코너에서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문제는 이 논리가 좌절을 일으킨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이 성적을 올리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상대평가로 등급을 내는 성적 체제에서는 실력을 얼마나 쌓았는지가 아니라 남보다 얼마나 ‘더’ 잘했는가가 성적을 결정한다. 모두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는데, 거기서 속도를 더 올려야 성적이 오르는 구조다. 학교 시험에서는 객관적인 ‘실력’이 향상되었음에도 ‘성적’은 오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기 계발의 논리에 따르면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본인의 잘못이다. 학교의 구조적 현실은 자기 계발 콘텐츠 속에서 발 디딜 틈이 없다.


물론 자기계발서를 읽고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거나, 생활 습관을 고쳐 성취를 이루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생활 습관, 이를테면 꾸준한 운동이나 협력적인 인간관계 같은 것이 삶에 기여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몇몇 소수의 사례가 자기 계발 콘텐츠들이 가지고 있는 광범위한 모순을 상쇄할 근거가 될 수 있을 정도인지는 의문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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