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사람들
2019년 7월 8일
하루 종일 원 없이 한 물놀이를 한탓인지 몸이 굉장히 나른했다. 숙소에 들어오니 룸메이트들은 모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샤워를 하고 짐 정리를 마치고 바를 갈까 말까 고민을 한참 했다.
밖에 혼자 나가면 많이 위험할 텐데, 괜찮을까?
피곤한데 그냥 잠잘까?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룸메이트가 전화를 하면서 방으로 들어왔다.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고 전화를 끊고 감정에 북받쳐서 울기 시작했다. 어떤 말로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괜히 지금 낯선 내가 위로의 말을 전하는 게 안 좋을 것 같았다.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 혼자 있고 싶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몇 분후 다른 룸메이트가 들어왔고 둘은 서로 친구였다.
울고 있는 친구를 달래준 후, 서로 이야기를 했다.
나는 둘만의 시간을 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방을 나왔다.
옹기종기 모여서 카드게임을 하는 현지인들 지나서
어두운 거리에서 기타 연주를 하는 현지인들도 지나서
바닷가 쪽 메인 거리로 나오자 흥겨운 외국사람들과 메인 거리를 가득 채운 음악들이 파도소리와 함께 길리의 밤의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찾아보니 지기바가 재밌다고 해서 지기바 그리고 레게 바를 가보기로했다.
다들 음악, 사람, 술에 취해 저마다의 리듬으로 지기바를 더욱더 활기차게 만들었다. 나는 맥주 한 병을 시켜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 모습에서 재미를 느꼈다. 나도 춤추는 걸 좋아하지만 이번만큼은 괜히 눈에 띄거나 안전을 위해서 조신하게 구경만 했다.
어느 순간 자욱이 뿜어 나오는 곳곳의 담배 연기에 취했고
나는 순간 혼자 걱정한 모든 고민이 내가 만든 기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정해지지 않은 몸동작과 한 손에 끼고 있는 담배,
분위기에 사로잡혀있는 씽어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 공간에서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의 자유로움과 노래가 사람들을 춤추게 하는 건지, 사람들의 자유로움이 그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건지,
나는 그냥 이유를 알려고 하지 않은 체 자유로운 공간에서 내 자유를 만끽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클럽에 온 사람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순수한 사람인 것 같다고.
자기감정에 누구보다 충실하고 온전히 자신을 드러내는 거짓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모습.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스킨십을 하고 싶으면 스킨십을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으면 소리 지르고,
왜 이 사람들이 무섭다고 생각했던 걸까?
내가 그러지 못했기 때문에?
절대 멈추지 않을 것 같은 길리의 밤을 채운 음악을 뒤로하고 문 밖을 나서 바닷가를 거닐며 본 하늘의 쏟아지는 별 또한 길리의 음악만큼 크게 반짝이며 빛을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