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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리섬, 아름다운 순간을 누리기

행복을 느끼기

by 아루나

2019년 7월 9일


함께 숙소를 사용하게 되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많이 줄어든다.

열이 많은 유럽 친구들은 에어컨 온도를 16도로 해놓고 밤새 잠을 잤다. 나는 보통 28-29도에 맞추고 자야지 호흡기에도 편안하고 잘 잘 수 있는데 숙소에서 제공되는 얇은 이불로 차가운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었다. 가지고 있는 옷들을 온몸에 대충 덮고 자는 힘든 숙소를 벗어났다.


문을 열면 나오는 수영장과 테라스 그리고 큰 방 나의 큰 더블베드와 편안하고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나의 화장실을 보며 감동을 계속 받으며 한참을 새로 옮긴 나만의 숙소에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이 길리섬의 마지막 밤이라 찐한 선셋을 한번 보고 떠나고 싶었다.


내 숙소는 약간 외진 곳에 있어서 구글맵에도 위치가 잘 안 나와서 처음 숙소를 찾을 때도 한참이나 헤맸다.

그래서 이번에는 숙소 직원이 바다까지 빠른 길로 함께 안내해주기로 했다.



페달을 밟을 때마다 오래된 기어의 맞물림과 삐그덕 대는 고물 자전거를 타고 숙소 직원을 따라나섰다.

울퉁불퉁한 비포장 시골길을 5분 정도 가자 영화 속 왕좌의 게임에서 나오던 깊은 숲 속에 시골집들이 보이 듯 나도 나무 숲 사이에 있는 집들을 지나 웅덩이를 피해 그리고 모래에서 페달이 안 밟혀끌며 바다에 도착했다. 직원은 안내만 해주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고 나는 자전거를 바다 앞에 대충 세워두고 천천히 바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안녕?” “너 이뻐” “혼자 왔어”

어설픈 한국말로 혼자 온 나에게 말을 거는 발리 장사꾼들을 피해 모래가 아닌 신발을 들고 바다를 통해 걷기 시작했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 끝을 보고 있자니 너무 평안해지는 기분이었다.


한참 티비에서 인기였던 윤 식당에서 대충 불고기 누들로 허기진 배를 채우니깐 선셋이 시작되는 것 같았다.


밀려드는 파도와 그리고 바다 위에 떠다니는 배 그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 위로 모든 게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마치 선라이즈가 시작된 것처럼 강하게 해가 빛을 비추다 사라지면서 남기는 빨갛고 그리고 핑크빛으로 모든 것을 물들이면서 내 마음까지 빨갛게 만들어가는 것 같았다.

보통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서 사진을 부탁하지만 이번에는 오롯이 선셋에 집중하고 싶었다.



분명히 본 적이 있었다.

호주에서 난 이렇게 아름다운 선셋을 본 적이 있다.

차를 타고 정처 없이 다니다가 세운 해안가에 마치 바다 끝에 바로 절벽이 있을 것 같이 바다 끝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고 절대 그 이름 모를 바다는 잊을 수 없다.


가끔 사람들은 다시 오지 않을 그 아름다운 순간을 인지 하지 못하고 나중을 기약한다.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과 젊음을 내 월급과 안정성을 뒤로한 채 만끽하고 있다.
시간과 젊음은 누구에게도 맡길 수도 없고 살 수 없다.
행복과 젊음은 만질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느낄 수밖에


가로등 하나 제대로 없는 길이 너무 무서울 것 같아서 선셋이 마무리될 때쯤 서둘러 자전거를 끌고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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