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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Jan 12. 2021

프랑스 레지던시의 추억 1편

한불 합작 공연 <내 땅의 땀으로부터> 뒷 이야기


사진첩을 정리하다가 나온 포앙우뜨의 사진. 오늘은 이곳에서 레지던시를 하면서 보고 느끼며 경험한 것들을 더 자세히 기록해 보려 한다.


포앙우뜨는 거리예술 1세대 단체인 컴퍼니 오프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사무실, 숙소, 식당, 연습실 등 공연을 할 때 필요한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다. 공연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천국 같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주기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선정된 예술가들은 이곳에 체류하면서 작품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다.


레지던시(Residency)란?

  (화가·작가·음악가 등이 특정 기관 소속으로 일하는) 전속[전속 기간]



숙소, 식사, 연습실, 그리고 공연에 필요한 장비와 소품, 홍보까지 지원!


2016년에는 오스모시스와 합작으로 프로젝트를 준비하던 우리 팀이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정되었다. 우리 팀 말고 다른 아티스트도 몇 명 있었으나, 이들은 우리가 도착하고 나서 며칠 뒤에 떠났다.

우리는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숙식을 제공받았고, 연습실을 단독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다. 또 공연에 필요한 일부 장비와 소품까지 제공받았고, 직원들이 우리의 공연에 적극적인 도움을 주었다.


적극적으로 홍보를 해주어서 관객을 모객해 주었고, 또 우리가 필요한 것들을 시기적절하게 제공해 주어서 공연 준비하는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어찌 보면 이곳의 직원들은 우리 프로젝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정말 세심하게 많은 것을 도와줘서 기억에 남는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기관이나 공간마다 지원의 규모가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숙소와 작업실을 지원받는 걸로 알고 있다. 때문에 이만큼 많은 지원을 받기란 쉽지 않다. 나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늦은 저녁의 환영식! (첫인상이 이렇게 중요해요, 여러분!)


우리는 굉장히 늦은 시각에 도착했는데, 놀랍게도 컴퍼니 오프 식구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팀의 메인 댄서 중 한 분인 까쉬. 간단한 음식과 와인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먼 길을 온 터라 피곤하고 지쳐있었는데, 이렇게 밝은 미소로 환영해 주는 팀을 보니 피곤함이 싹 가셨다. 첫인상은 이렇게 중요한 것.


나도 해외 공연팀 의전을 할 때는 꼭 소박하게나마 '웰컴 드링크'를 준비한다. 공항에서 직접 공연팀을 픽업할 때는 커피나 바나나우유, 주스, 물 같은 음료나 초콜릿, 사탕 같은 간식을 건넨다. 먼 길을 온 피곤함을 잊고, 이동하는 동안 기분 좋으라는 의미에서.



여기가 머물렀던 숙소. 2인 1실로 방을 썼는데, 아담하고 깔끔했다. 우리가 오기 전에 이미 깨끗하게 청소를 해주신 터라, 딱히 정리할 것은 없었다. 방 옆에는 주방이 있어 간단한 음식을 조리해먹을 수 있게끔 되어 있었다.

여기는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식당. 냉장고랑 식자재, 조리도구들이 갖춰져 있고 차나 커피는 언제든지 마실 수 있게 준비되어 있다. 요리를 해주시는 셰프 분도 계셨다. 12시가 되면, 이 셰프 분께서 종을 울려주신다. 그러면 모든 스태프들이 한자리에 모여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간이 좋았던 건, 식사를 하는 스태프들의 표정이 항상 구김살 없이 밝았다는 것이다.


점심 식사 시간의 풍경



이 집 요리 잘하네! 프랑스 가정식 맛집~

이곳의 장점 중 하나는 바로 음식. 어딜 가든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행복감이 배가 된다. 셰프 분이 해주시는 프랑스 가정식 요리를 맘껏 누릴 수 있어 행복했다. 마지막 날에는 셰프 분께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하면서 가져갔던 '홍삼정'을 선물로 드렸다. 사실 맛있는 걸 잘 얻어먹은 보답으로 손수 음식을 해서 대접해드리고 싶었으나, 그럴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왜 근데 우리 영어로 이야기하니? 세상 서윗한 컴퍼니 오프 사람들


안타까웠던 것은 나를 비롯해 우리 팀에 불어를 말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사실. 예술감독인 알리와는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받기에 문제가 없으나, 컴퍼니 오프에는 예술감독을 제외하고 영어를 잘하는 스태프가 없었다.

알리가 있을 때는 알리가 중간에서 소통을 대신해 주었으나, 알리가 없을 때는 내가 영어로 이야기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때마다 스태프들이 엄청 난색을 표하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나중에는 "영어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내 영어 실력이 정말 엉망이야!"라고 사과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진짜 배려를 느꼈던 것은 점심시간에 내 옆에 앉은 스태프들이 영어로 이야기를 했을 때다. 영어로 이야기하다가 "근데 우리 왜 갑자기 영어로 이야기하고 있지?"라거나 "너 왜 갑자기 쓰지도 않던 영어 써?"라면서 농담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 우리가 못 알아듣는 불어로만 이야기를 나누면 행여나 불쾌해할까 봐 배려해 준 것이었다. 식사시간에 내 주변에 앉은 스태프들은 꼭 서툰 영어로라도 안부를 물었고, 공연 날에 꼭 보러 올 거라면서 응원해 주기도 했다.



서울거리예술축제 첫 공연 전에 컴퍼니 오프에게 받은 메시지

한국에 돌아와서도 <내 땅의 땀으로부터> 공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드디어 서울거리예술축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날, 공연 전에 컴퍼니 오프 기획자 다미엔에게 온 메시지를 보고 너무 큰 감동을 받았다. '공연 잘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받고, 팀 멤버들에게도 모두 전해주었다. 정말 세상 따스한 사람들이다.


다음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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