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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연정 Apr 10. 2021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무대 뒤에서수많은 변수와 싸우면서

날 것 그대로의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

무대 위에서는 녹화나 편집 같은 최신 기술을 쓸 수가 없다. 모든 것은 날 것 그대로의 세계다. 무대에 선 배우들은 그 위에서 어떠한 수정이나 보완을 기대할 수없이 문제점을 돌파해야 한다. 연극배우로 출발했지만,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폭발적인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꽤 많은데, 이들의 성공을 볼 때마다 절로 납득이 됐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무대에 서면서 굳건히 다진 연기력과 순발력이 빛을 발하는 것이라고.

라이브로 진행되는 무대에는 많은 변수들이 끼어든다. 가끔은 배우가 대사를 잊어버리기도, 조명이나 음향이 맞지 않기도, 소품이 떨어지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관객석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무대에 서는 이들은 자신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치와 노력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지만, 이런 변수들과도 치열하게 싸워야 한다.

내가 배우도 아니건만, 공연을 관람하면서 몇 번이나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있었다. 누가 봐도 분명히 실수이고 사고인데 이것을 물 흐르듯 유연하게 넘기는 배우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출연진이 이렇게 무대 위에서 책임을 다하는 사이에, 우리 기획자들은 무대 뒤에서 많은 변수들과 싸워야 한다.

무대 뒤에서 우리가 체크해야 할 것들 


"공연기획자로 일하면서 잊을 수 없는 실수나 사고 같은 게 있나요?"

공연기획자 특강을 할 때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다. 아무래도 라이브로 진행되는 장르의 특징을 강조하다 보니,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대 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많이 궁금해하는 것 같다.

물론 무대 위에서도 많은 변수가 발생하지만, 객석에서도 그렇다. 극장에 있는 객석이 총 500석이라고 해서 그 객석을 모두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티켓을 판매하기 전에는 반드시 공연팀과 협의해 사석이 발생하지 않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사용하는 무대의 사이즈나 특수효과 등 여러 요인에 따라 허울뿐인 좌석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시야장애석이라고 하는데 앉을 수만 있을 뿐, 공연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경우다. 이럴 때는 티켓을 오픈할 때, 관객들이 구매할 수 없도록 막아두어야 한다.

그러나 가끔은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특히 해외 공연팀의 경우, 그런 확률이 더 높다. 사전에 기술사항을 체크하면서 무리가 없는 것으로 확인했는데, 입국해 극장에서 세팅을 하면서 변수를 확인하는 그런 경우 말이다. 빔프로젝터를 여러 개 사용하는 팀이 있었는데, 이 팀은 본래 예상했던 프로젝트의 원 위치에서 다른 곳으로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런데 그 프로젝트의 위치가 하필이면, 객석의 첫 번째 줄 바로 앞이었다. 그리고 그 객석은 이미 판매된 것이었다.

빔프로젝터가 돌아가는 동안에는 열기와 함께 먼지가 날리게 된다. 철저히 관객 중심으로 사고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리허설이 진행되는 동안에 이 객석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했다. 그래야 불편함의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객석에는 관객을 앉힐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열기와 날리는 먼지 때문에 자꾸 기침이 났고, 눈도 아팠기 때문이었다.


우선 공연 당일 사용 가능한 유보석을 체크했다. 유보석은 중요한 공연 관계자의 공연 관람이나 공연 티켓 발급 사고로 인한 컴플레인 등에 대비한 좌석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히 대체로 사용 가능한 좌석이 확보되었다. 그다음에 이 좌석을 구매한 관객분께 직접 전화를 드렸다.

갑작스럽게 프로젝트의 위치가 변경되어 구매하신 객석의 바로 앞줄에 설치를 하게 되었고, 실제로 리허설 시간 동안에 앉아서 공연을 관람해보니 열기와 먼지 덕분에 관람하기가 쉽지 않다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공연을 맨 앞 좌석에서 관람하고자 구매하신 것일 텐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공연 좌석 변경 건으로 전화를 드리게 되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대신에 공연이 잘 보이는 중앙 좌석으로 변경해드릴 수 있다는 안을 말씀드렸다. 공연 전날 받은 갑작스러운 연락에 당황하셨을 수도 있었을 법한데 구매하신 관객분도 흔쾌히 변경된 좌석에 앉아서 공연을 보겠다고 해주셨다.

기획자는 항상 관객의 마음으로 사고해야 하는 것 같다. 당시에 상황만 보고도 관객분께 그냥 전화를 드릴 수도 있었겠지만, 직접 객석에 앉아보고 불편도를 체감해보았기에 더 확실하게 상황을 설명드리면서 양해를 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변수에 대처하는 특별한 공식이나 뾰족한 묘수가 있다고 하기보다는 이렇게 다각도로 생각해 보고,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을 하는 것 같다.

이 시간에도 많은 변수와 싸우면서 최고의 무대, 편안한 관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든 공연 관계자 여러분들, 존경하며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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