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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셈케이 Feb 17. 2023

02 이별과 친해지기



 

 멍자국처럼 남은 마음은 이별의 후유증 같다. 문득 거무스름한 상처를 되새기면 욱신한  아직도  아물었음에 한숨짓는다. 사실 사무치게 힘든 것도 아니면서  극한의 고독으로 스스로를 밀어 넣는다. 이별의 울림이 크고 깊어야 마치  사랑이 그럴싸했다고 포장할  있어서일까. 아니면 정말로 깊게 자리한 사랑이라서일까.


 진심을 다한 관계가 지나간 자리엔 수많은 부스러기가 남는다. 미련이라 부르기도 하고 차마 용기 내지 못한 후회라고도 부른다. 만약 우리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하루의 일상을 낱낱이 알던 사이에서 그 흔한 인사조차 나눌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리는 이별한 사이. 헤어진 연인.


 이별 후에 남는 감정들과 자잘한 기억들을 자양분 삼아 더 나은 내가 되려 애쓴다.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감정선을 곱씹으며 아파하기를 멈추고 우리의 최선을, 각자의 노력을 겸허히 받아들이려 부단히 애쓴다. 이별의 일부도 이름 모를 신의 영역이라 책임을 전가하고 나면 이놈의 이별도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때때로 텅 빈 마음이 힘든 날에는 다른 사람과 커피를 마신다. 굳이 내 감정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이야기 속엔 늘 새로운 시선과 잔잔한 위로가 있다. 겉으로는 쉬이 일률적으로 보이지만 온전히 사적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면 저마다의 사연과 드라마가 있기에 나의 이별이 한순간 마법처럼 우리들의 이별이 되곤 한다.


  커피 한잔만 있어도 쏟아져 나오는 이야기. 애틋한 사랑도 먹먹한 이별도 각자 삶이란 강에 담아두며 살아가고 있다. 당장은 곧 죽을 듯 아픈 마음도 강에 던져버리는 자갈에 불과할 만큼 찰나이자 대수롭지 않은 날이 온다는 것을 알기에 묵직했던 감정을 한바탕 웃음으로 승화시켜 본다.  


 아프면 아픔이 사라질 때까지 울어보고, 또 찾아온 행복 앞에서 겁먹지 말고 온전히 그 순간을 만끽해야 한다. 언젠가 돌아보면 이 장면도 그저 웃으며 떠올릴 과거의 한 페이지뿐일 거라고. 때론 크기가 큰 자갈로 사방에 물이 튈지 언정 또다시 유유히 제 속도에 맞춰 흘러가는 것처럼 지금의 내 마음도 그저 자갈 하나에 불과한 감정임을 되새겨본다. 당신과의 사랑이 무의미해서가 아니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또 각자의 물줄기를 타고 결국 흘러간다는 것을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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