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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Dec 31. 2018

내 아이 필독서 탈무드와 이솝 우화

책은 생각을 이끕니다


유대인들은 탈무드를 통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기를 즐깁니다.


탈무드는 랍비(히브리어로 ‘선생’)들이 끊임없이 토론한 내용을 모은 것입니다. 책으로 70여 권에 달하는 방대한 양인데 우리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탈무드는 그야말로 일부일 뿐입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탈무드는 일본판을 다시 번역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세상의 영향력 있는 민족인 유대인들이 몸처럼 아끼는 탈무드를 좀 더 연구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봅니다.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두 권 있는데 바로 탈무드 이솝 우화입니다. 저 역시 이 두 권의 책을 아주 좋아합니다.

언젠가, 이솝 우화는 10세 이전의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지 못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러한 함축적인 이야기는 독서 능력이 있는 10세 이후가 적당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와 아내는 아이가 잠들기 전 머리맡에서 탈무드와 이솝 우화를 읽어줍니다. 7세까지 아이가 선택한 책은 수 백 번도 더 읽어준 탈무드와 이솝 우화였습니다. 특히 이솝 우화를 좋아합니다.  

다음은 딸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이솝 우화 <목걸이를 한 개와 배고픈 늑대>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밤, 개와 늑대가 우연히 만났습니다. 둘은 인사를 하고 이러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곧 친한 친구가 되었지요. 개는 통통하고 털에 윤기가 빛났어요. 하지만 늑대는 비쩍 마르고 힘도 없어 보였지요. 늑대는 개가 부러웠어요.

“자네를 보니 꽤 잘 먹고 사는 것 같군. 어떻게 먹고 사나?”

개가 대답했어요.

“난 굶을 걱정은 없네. 주인님이 꼬박꼬박 챙겨 주시거든.”

늑대는 부러웠습니다. 먹이를 구하지 못할 때는 며칠이고 굶기가 일쑤였거든요.

개는 자신을 부러워하는 늑대에게 우리 집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늑대는 솔깃하여 그러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려 달라고 하였습니다.

개가 말합니다.

“그건 아주 간단하네. 주인님 곁에서 집도 지키고 함께 놀기도 하면 된다네.”

늑대는 그건 자신도 할 수 있다며 개를 따라가기로 하였습니다.

늑대는 개를 따라 기분 좋게 길을 걷는데 달빛에 개의 목에 있는 상처가 드러났습니다. 늑대는 무슨 상처인지 물어보았습니다. 개는 대답했습니다.

“이건 목에 매는 쇠사슬 때문이라네. 우린 주인님은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할까 봐 낮이면 쇠사슬로 묶어 놓고 밤에만 풀어주시거든.” 늑대가 다시 한번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자네는 밤에만 자유롭단 말인가?”

“그렇다네. 하지만 주인님의 사랑을 받으며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늑대는 걸음을 멈추고 발길을 휙 돌리며 말했어요.

“이보게, 난 말일세. 며칠을 쫄쫄 굶더라도 자유롭게 사는 게 더 좋다네.”

늑대는 결국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어린 딸아이는 이 이야기를 듣고 무슨 생각을 할까요? ‘개는 편해서 좋겠다. 굶고 사는 늑대는 불쌍하다.’ 정도로 생각하였을까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책을 덮어버리면  이 이야기가 전하고자 하는 ‘자유’의 의미는 모른 채로 지나치게 됩니다.

다행히도 지금  아이는 아빠와 함께 이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아빠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며 자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늑대는 왜 자유를 선택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재독 하는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아이는 자유에 대한 의미를 스스로 생각하게 됩니다. 독서가 주는 가장 멋진 경험을 하는 것입니다.


탈무드에 나오는 이야기인 <삶은 달걀>도 소개해볼게요.


살아있는 동안 자기 자신밖에 모르는 구두쇠가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죽음을 앞두게 되었고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삶은 달걀을 먹고 싶구나.”

가족들이 삶은 달걀을 준비해 가져다주는 순간, 거지가 찾아옵니다. 거지는 몇 끼를 굶었는지 모르니 먹을 것 좀 나눠 달라고 부탁합니다. 구두쇠는 마지막으로 착한 일을 합니다.

“불쌍하구나. 삶은 달걀을 저 사람한테 주거라.”

며칠 뒤 구두쇠는 세상을 떠납니다.

그런데 그날 밤 아들의 꿈에 죽은 구두쇠가 나타납니다.

아들은 반가워하며 아버지에게 좋은 곳에 잘 가셨냐고 묻습니다.

그러자 구두쇠가 대답합니다.

“아들아, 너는 나처럼 살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풀어라. 나는 죽기 전에 딱 한 번 착한 일을 했단다. 거지한테 삶은 달걀을 준 일 말이다. 그런데 그 착한 일 한 번 덕분에 내가 평생 지은 죄를 다 용서받고 천국으로 갔단다.”


혹시, ‘죽기 전에 한 번만 착한 일을 하면 된다는 거야?‘하고 잠깐 생각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은 어른들과 다릅니다. 순수하게 착한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요? 지금 그 생각을 아이에게 들려주세요. 그리고 아이의 생각을 귀담아 들어주세요. 이것은 질리지 않는 멋진 경험이 됩니다.


오늘, 독서가 주는 멋진 경험을 아이와 함께 나눠보시는 건 어때요? 제 아무리 좋은 습관도 시작이 있어야 만들어지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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