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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Dec 24. 2018

우리 아이 독서 비법 만들기

뭐든 한 가지쯤 있는 게 좋은 <비법>

저는 아이와 독서를 하며 가끔은 오감을 상상하면서 독서를 해보자고 합니다. 


책에 나오는 음식들의 맛을 상상하고 냄새를 상상하고 음악소리를 실제 듣는 것처럼 흥얼거리며, 만져지는 것들의 촉감을 상상합니다. 이렇게 오감을 이용하여 독서를 하면 훨씬 집중도가 높아지고 흥미도 많아집니다.  


우리 딸아이는 그림책을 아주 천천히 봐요. 아빠와 읽을 때도 페이지가 넘어갈 때마다 그림을 천천히 둘러본 후  글자를 읽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코에 침을 찍어 바르기도 합니다. 자주 아빠 다리 위에서 읽는 편이거든요.

그림책을 천천히 보는 것은 좋은 독서법 중 하나입니다. 그림책에 있는 이미지는 우뇌를 발달시킵니다. 글자는 좌뇌를 발달시키죠. 결과적으로 그림책은 좌뇌와 우뇌를 골고루 발달시킵니다. 


아이의 바른 어휘 구사를 위한 독서로는 시를 많이 읽는 것이 좋습니다. 시는 ‘친구와 같이 읽어도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데요. 다만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어려운 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는 감성을 자극하는 쉬운 언어인 게 좋아요. 

프랑스의 교육에는 항상 ‘시 외우기’가 들어가 있습니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시를 의무적으로 외운다고 하는데요. 언어학자들은 프랑스 사람들의 언어에 리듬감이 있는 이유를 이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시를 읽을 때, 간단한 두 가지 원칙을 지키면 좋습니다. 하나는 한 소절씩 의미를 새기지 말고 단숨에 읽습니다. 시는 전체가 하나의 의미니까요. 

두 번째는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소리 내어 천천히 읽고 반복해서 읽고 또 읽는 것입니다.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색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되고, 소리 내어 읽음으로써 감성이 자극됩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시 한 편 정도 두고두고 읽어 보는 건 어떨까요? 

다음은 윤동주 시인의 대표적인 시 <별 헤는 밤>입니다. 

타향에서 갖가지 상념에 사로잡혀 자신이 동경하는 것들에 대한 감흥을 표현한 시 <별 헤는 밤>을 다시 한번 느껴 보세요.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있다면 소리 내어 읽어 보세요. 소리 내어 읽기 곤란하다면 두세 번 반복해서 읽어 보세요. 시가 전해주는 감성과 시가 전해주는 황홀함을 꼭, 다시 한번 느껴 보세요. 

그리고 내 아이에게 전해 보세요. 감성에 젖은 내 표정만으로 아이는 미간을 찡그리며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 느낌은 내 아이 평생의 <시>에 대한 느낌이 될 것입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異國少女들 이름과, 벌써 애기 어

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은 아슬히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을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과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메모를 잘하는 사람은 아무리 명석한 두뇌를 가진 사람이라도 부럽지 않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고 난 후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치고 페이지의 핵심 단어를 골라 별표를 치게 해 주세요. 포스트잇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 넣거나 글자를 적어 넣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 부분만 읽어도 의미 파악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을 하느라 정작 독서하는 속도가 너무 느려져서는 안 되겠죠? 조금은 부모님의 컨트롤이 필요합니다.

메모는 어른들에게도 유용한 독서 방법입니다. 스마트기기의 메모장에 중요 대목을 적거나 나의 생각을 적는 것은 아주 좋은 기기의 활용이 아닐까 하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에버노트라는 메모 어플을 사용하는데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옛 성현들의 문헌을 강구하고 고찰하여 정밀한 뜻을 얻고,
생각한 것을 그때마다 메모하여 적어야만 실질적인 소득이 있다.
그저 소리 내서 읽기만 해서는 아무 얻는 것이 없다.
< 다산 정약용>


정민의 <다산선생 지식경영법>에서는 다산의 메모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를 알려주는데요. 다산선생은 그때그때 떠오르는 생각을 즉각 메모하였습니다. 메모를 함으로써 생각을 잊어버리지 않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죠. 

다산선생과 독서를 이야기하자면 단연 초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초서는 책을 읽다가 중요한 구절이 나오면 종이에 옮겨 적는 것입니다. 그렇게 옮겨 놓은 것들을 관련 있는 내용끼리 묶고 재배치하여 새로운 책을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제자들에게도 이 방법을 통해 문장을 바라보는 힘을 가르쳤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좋은 문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간단히 베껴 쓰는 정도가 시작하기에 적당하겠습니다. 


초서와 더불어 아이에게 알려주기 좋은 기록법은 신사임당의 메모법이 있습니다. 신사임당은 조선 성리학을 구축하고 과거시험에 다섯 번이나 장원을 차지한 엘리트 천재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시죠. 신사임당은 독서를 하며 눈에 띄는 좋은 문장은 언제든 작은 종이에 메모하여 잘 보이는 곳에 붙여두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시로 읽은 책의 내용을 상기하고  더불어 사색하는 힘까지 키운 것이죠. 

그렇다면 메모를 붙일 수 있는 눈에 띄는 장소는 어디가 좋을까요? 우리 집은 냉장고를 이용하고 있는데요. 냉장고가 조금 지저분해지기는 합니다만, 어때요? 그래도 냉장고는 시원할 거니까요. 내 아이는 소중하니까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책을 읽으며 의문점이 없었는지 글을 적으며 생각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한 줄만 써도 괜찮습니다.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에요. 더욱이 처음에는 적는다는 것에 의미를 두셔야 해요. 아이는 한 줄을 적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의 내용을 한 줄로 요약하는 것은 독서 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록법입니다. 그러니 아이들은 요약하기보다 그냥 적고 싶은 것을 한 줄만 적게 하세요. 어차피 고수들도 거기서부터 시작했으니까요. 


아이가 새로운 정보를 배울 때, 정보를 어떻게 찾는지 아는 능력을 메타인지 metacognition라고 합니다. 이 능력은 정보를 어떻게 알아낼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라 볼 수 있는데요. 메타인지를 쓰는 아이들은 자기 주도적이며 시간이 갈수록 뛰어난 학습능력을 보이게 됩니다. 어린이들은 스펀지처럼 정보를 빨아들인다고 하죠. 하지만 이 메타인지 능력이 부족하게 되면 빨아들이는 정보량도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책 선택의 경험을 많이 한 아이라면 책을 고르면서 갖게 되는 경험들로 메타인지능력을 키우게 됩니다. 책을 비교하고, 고르고, 찾는 일련의 행동들이 이러한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죠.


인간의 뇌는 잠재능력의 10%만 사용합니다. 하지만 책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뇌 전체의 70%가 활동을 한다고 합니다. 이것 만으로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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