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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Jan 14. 2019

생각의 힘을 키우는 우리 전래 동화

아빠, 진짜야?



우리 유년기의 나날들 가운데, 좋아하는 책 한 권과 함께한 날들만큼이나 충만하게 살아낸 시간도 없을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자) 


전래동화는 재미를 추구합니다. 사람의 뇌는 재미있는 것을 추구합니다. 특히 어릴 때 갖게 되는 재미라는 느낌은 아주 중요합니다. 아이가 아빠와 함께 책 읽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면 스스로 이 재미를 추구하고자 책을 꺼내 들게 됩니다. 

전래 동화는 우리나라의 깊고 따뜻한 정서가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력을 키우고 다양한 사고를 하게 만들죠. 상상력과 다양한 사고는 아이를 창의적으로 만듭니다. 또한 문제 해결력을 기르죠. 

전래 동화는 묘사가 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는 전래 동화를 읽으며 많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아빠와 함께 읽으면 좋을 전래 동화 중 하나를 소개할게요.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아이가 어머니랑 단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서당에 공부하러 가면 아이들이 ‘아비 없는 놈!’이라며 막 놀리는 거예요. 
아이가 어머니한테 물었습니다. 
“어머니 왜 나만 아버지가 없어요?”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어요. 
“네 아버지는 총을 아주 잘 쏘는 포수였단다. 그런데 산에서 산처럼 큰 호랑이한테 잡아먹히고 말았지.” 
아이는 제 아비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지 않고 총 쏘기 연습을 했어요.  
그래서 총을 아주 잘 쏘게 되었지요. 
아이는 어머니한테 아버지를 잡아먹은 호랑이를 잡으러 가겠다고 했습니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말리셨어요. 
“얘야, 아버지는 십 리 밖에 있는 나뭇잎에 바늘을 매달아 놓고 총알이 바늘구멍으로 지나가게 하는 재주가 있으셨단다. 그런데도 잡아 먹히셨지. 니 재주로는 어림도 없으니 그런 말 말거라.” 
아이는 어머니한테 십 리 밖에 있는 나뭇잎에 바늘을 매달아 놓으라고 했어요. 
아이가 총을 쏘더니, 총알이 바늘구멍으로 휑 지나가는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그때마다 아버지의 다른 재주들을 말하였어요. 
아이는 어머니가 말하는 모든 재주를 다 따라 하였답니다. 
어머니는 더 말릴 수가 없어 가라고 하였지요. 
아이는 깊고 깊은 산속으로 계속 들어가다 작은 오두막에 사는 할머니를 만났어요.  
할머니는 어린애가 여기에 어떻게 왔느냐며 물었고, 아이는 아버지를 잡아먹은 산처럼 큰 호랑이를 잡으로 왔다고 했어요. 
할머니는 어림없다고 말렸지만 아이는 돌아가려 하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하는 수 없이, 호랑이를 잡으려면 입을 벌리는 순간 입안에다 총을 쏴야 한다고 가르쳐 주었습니다. 
아이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더욱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산처럼 큰 호랑이를 만났습니다. 
아이는 단박에 알아채고, 총을 탕 쏘았습니다. 
하지만 총알은 툭 튕겨져 나오고 말았습니다. 화가 난 호랑이는 아이를 향해 달려왔고 아이는 연달아 총을 쏘았지만 총알은 튕겨 나오기만 했습니다.  
“이놈! 네가 날 잡겠다고?” 
호랑이가 커다란 입을 버리고 달려드는 순간 아이는 호랑이 입에다 대고 총을 탕 쏘았습니다.  
산처럼 큰 호랑이는 쿵, 나가떨어졌습니다. 
호랑이를 잡은 주위를 살펴보다 녹슨 총하나를 보았어요. 
아이는 아버지 총이란 걸 알아채고는 품에 꼭 안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아이가 산처럼 큰 호랑이를 잡은 걸 알게 되자 아무도 아이를 놀리지 않았어요. 
그 후로 아이는 어머니랑 오래오래 잘 살았답니다. 


<호랑이 잡은 아들>이란 동화입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커다란 울타리이자 넘어야 할 산 같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아이는 보호자 없이도 홀로 세상과 대면하게 됩니다.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아이에게 이 이야기는 끝없는 노력과 이루고자 하는 목표, 그리고 가족을 향한 용기 있는 사랑을 가르쳐 줍니다. 아빠들이 아이에게 꼭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어릴 때 읽고 들은 전래 동화는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랜 세월 이어 내려온 우리 전래 동화를 재미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아빠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봄으로써 세상을 바라보는 힘을 직접 가르쳐 주는 것은 어떨까요? 아이는 아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통쾌해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많은 상상을 하고 거기에 자신의 감성을 입히며 조금씩 성장해 나갑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 전래 동화가 아이들에게 어떤 가르침을 주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선녀와 나무꾼>  

- 나무꾼은 착합니다. 하지만 우유부단하지요. 나무꾼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기보다 여태껏 살던 안락한 생활을 원합니다. 그래서 나무꾼은 결국 새로운 세상인 하늘나라로 가지 못하게 되지요. 


<방귀쟁이 며느리>  

-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이야기인데요. 시아버지 앞에서 참아야만 했던 방귀를 집이 부서지도록 시원하게 뀌어 버리는 며느리에게서 불필요한 제약 같은 건 시원하게 날려 버리는 짜릿함을 맛볼 수 있겠지요. 


<우렁이 각시> 

- 저도 우렁이 각시 하나 있었으면 좋겠는데요. 이 이야기에서는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우게 되겠죠? 


<견우와 직녀> 

- 참으로 슬픈 이야기인데요. 아이들은 견우와 직녀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통해 그리움과 슬픔의 감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 

- 이 이야기 또한 아이와 제가 참 좋아하는 이야기인데요. 내 주변에 있는 약한 힘들이 모여 악하고 나쁜 존재를 물리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들은 나쁜 짓은 벌을 받게 되고 힘을 합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긍정을 배우게 되겠지요. 


<효녀 심청>  

-아이들에게 부모에 대한 효는 기본 중에 기본임을 일깨워 줍니다. 또한 바닷속 용궁 세계에 대한 무한한 상상을 펼쳐 볼 수도 있겠죠?   


<콩쥐 팥쥐> 

- 비슷한 이야기로 신데렐라가 있죠. 나쁜 사람은 벌을 받는다는 이야기인데요. 착함은 악함을 반드시 물리친다는 교훈이 담겨 있습니다. 비슷한 주제의 이야기로 <흥부와 놀부>가 있죠. 신데렐라도 좋지만 우리 전래 동화인 <콩쥐 팥쥐>도 꼭 들려주어야겠습니다. 


<해님 달님> 

- 이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착한 사람들의 것을 빼앗고 심지어 목숨까지 앗아가 버리는 나쁜 악을 상징합니다. 결국 호랑이는 죽고 착하고 지혜로운 오누이는 하늘이 도와 살게 되지요.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할 전래 동화입니다. 


<호랑이와 곶감> 

- 참으로 재미있는 우리 전래 동화인데요. 호랑이는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는 곶감을 두려워합니다. 아이들은 이 이야기를 통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불필요함을 배우게 됩니다. 


이 외에도 실컷 웃고 즐기기에 부족하지 않은 이야기도 많은데요. <윗마을 방귀쟁이와 아랫마을 방귀쟁이>, <빨간 부채 파란 부채>는 아이와 함께 열 번은 더 읽은 듯합니다. 


딸아이는 아빠가 지어낸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항상 빠져듭니다. 가끔 귀신 이야기를 지어서 해 주곤 하였는데 이야기가 끝나면 항상 “진짜야?”하고 물어봅니다. 이야기에 빠져드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가끔 해주곤 하였는데 사실 귀신 이야기는 아이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여 용기 있는 행동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니 이제는 그만할까 싶습니다. 


아이가 책을 읽으며 시종일관 “진짜야?”하고 묻는 때가 있습니다. 바로 우리 옛이야기를 들려줄 때입니다. 아이는 우리나라의 이야기란 것에 일단 몰입하기 시작합니다. 아이가 책에 재미를 느끼기에는 우리 전래동화가 최고입니다. 옛이야기 역시 귀신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이야기가 끝나면 지금은 없는 옛날이야기라고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진짜야?”하고 물어보면 ‘일단 들어봐’하고 슬쩍 넘어가는 스킬도 필요하겠죠? 


아이들은 순수합니다. 일곱 마리 아기 염소가 늑대 뱃속에서 빠져나올 때 진심으로 함께 기뻐하며 행복을 공감합니다. 나쁜 늑대가 우물에 빠지게 되면 같이 통쾌해합니다. 이 동화 역시 딸아이는 서른 번도 더 읽었지 싶습니다. 지금도 이 이야기는 무척이나 좋아합니다. 


아이가 같은 이야기를 자꾸만 읽어 달라고 하면 그냥 읽어주도록 해보세요. 아이는 그 속에서 기쁜 감정, 행복, 슬픔, 공감, 그리고 희망을 키워 나가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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