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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Jan 28. 2019

아이의 종일을 결정하는 아침 10분 독서

아침잠은 큰 지출이라는 불편한 진실

언젠가 딸아이가 ’얼집에 가면 친구와 매일 모험을 떠난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만히 들어 보니 수업시간에 친구와 도망쳐 다른 곳에 숨어 있는 놀이였습니다. 한두 번이 아니었나 봅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한편으론 귀엽고 한편으론 선생님께 죄송하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어디까지나 단체 생활이고 누구에게든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아이에게 훈육을 하였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수업에 산만한 아이들은 뇌의 전두전야가 덜 발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뇌 과학자들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책을 소리 내어 읽게 하거나 간단한 계산을 풀게 하였더니 놀랄 정도로 차분해졌다고 합니다.


선생님께 전화받은 그날부터 적어도 하루에 한 권은 낭독하여 읽도록 가르치고 있습니다. 더불어 ‘선생님 말씀 안 듣는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귀신이 선물 훔쳐가 버린다.’는 이야기를 지어내어 들려주기도 하였죠. 신기하게도 그 뒤 일주일 동안 두 번의 모험을 떠나긴 했지만 그다음 주부터는 모험을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음독의 효과는 크게 작용하였습니다.


성인 기준, 사람의 생체 리듬상 밤 11시에 취침을 해서 5시에 일어나는 것이 가장 좋다고 합니다. 신체가 지닌 자연스러운 리듬을 ’서캐디언 리듬‘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깨지면 호르몬의 불균형을 가져와 사고력 저하의 원인이 됩니다. 물론 사람의 신체 특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만 아침 5시 기상은 참으로 좋은 습관이라 하겠습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시간에 쫓기게 되면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하건 시간에 쫓긴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아침에 왜 이렇게 일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늦게 자기 때문이죠. 늦은 시간까지 스마트폰을 만지고 자려고 누워서까지도 들여다보고 있으니 눈도 피곤하고 몸도 피곤한 겁니다.


아빠들은 항상 바쁜 아침을 맞이합니다. 출근 준비를 해야 하고 복잡한 도심을 뚫고 직장 아니면 사업장으로 출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출근만으로도 피곤해진 몸을 진한 커피를 들이켜며 하루를 시작하곤 합니다. 


저는 이른 새벽 시원한 물 한 잔을 마시고 따뜻한 허브차를 준비합니다. 차가 우러나는 동안 잠깐의 명상을 즐기고 차와 함께 책을 펼쳐 듭니다. 독서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은 좋아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기분 좋은 출근 준비를 합니다. 


바쁜 아침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과감하게 1시간은요? 만약에, 만약에 조금만 시간을 앞당겨 출근을 하게 된다면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됩니다. 여유로운 아침 독서도 가능하게 됩니다. 


일본에서는 초중고를 합쳐 50% 가까운 학교가 아침 독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1988년 일본 후나바시 여고에서 시작한 아침 독서 10분 운동은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운동은 수업 시작 전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10분 동안 책을 읽는 것입니다. 정말 멋진 교육방침이지 않나요?  


아빠든 엄마든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바쁩니다. 잠깐의 늦잠이라도 잔 날이면 한바탕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일상을 반복하며 아침을 맞이합니다. 저 역시도 불과 얼마 전까지 여느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매일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저의 아침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일본의 마쓰야마 신노스케 씨는 지금 누구에게나 신뢰받는 리더이자 작가입니다. ‘아침을 지배하는 사람이 인생을 지배한다’고 말하는 그는 아침 30분 독서로 자신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합니다. 

기업가이자 자선사업가인 앤드류 카네기는 “아침잠은 가장 큰 지출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알고 있음에도 아침잠을 포기하기란 참으로 어렵죠. 


제가 가정을 꾸리고 보석 같은 아이가 생기기 전 아침 5시에 깨어 있었던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밤새워 신나게 마시고 있는 날이죠.


제가 아침 일찍 일어나게 된 계기는 건강을 소홀히 하다 병원신세를 지게 되면서부터입니다. 십이지장에 천공이 생겼는데, 흔한 말로는 장에 구멍이 난 것입니다. 결국 하던 일을 정리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의도치 않은 여유시간이 내게 주어졌습니다. 요양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운동과 명상, 그리고 책 읽는 것 정도였죠. 그중 명상은 고통스러운 머릿속 잡념들로부터 나를 지켜주었습니다. 


명상을 할 땐 분주하고 시끄러운 낮 시간보다 차분하고 고요한 새벽시간이 좋습니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세상의 고요한 소리만이 내 주위를 맴돌 때 명상은 오직 나만의 시간이 됩니다. 명상을 한 뒤 맑은 정신으로 따뜻한 허브차를 옆에 두고 책을 펼칩니다. 이제 이것은 습관이 되어 하루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으며 시작한 하루는 특별합니다. 몸과 마음은 활력으로 가득하고 미소로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즐거워짐을 느끼게 되고 대화거리도 풍성해집니다. 기분 좋은 하루를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고 밤에 늦게 잤음에도 일찍 일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이는 수면 부족을 초래하여 하루를 보냄에 있어 현저하게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사고의 능력 또한 떨어져 현명한 의사 결정을 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역효과만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이죠. 저 역시 자정이 넘은 시간에 잠이 든 날은 동이 트는 시간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저는 아침에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멋진 경험인지 내 아이에게 꼭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배움은 말보다 몸이 먼저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른 아침 일터로 가야 하는 아빠는 아이와 함께 아침을 맞이할 수 없습니다. 워킹맘인 아내에게 아침 독서를 아이와 하라고 말할 수도 없고 새벽에 아이를 깨울 수도 없습니다. 방법은 한 가지. 스스로 읽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침에 책을 읽도록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일찍 자기입니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기가 수월하니까요. 아침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책 읽는 것 또한 수월해집니다. 


처음 아침 독서를 계획하고는 휴일에만 실천을 하였습니다. ‘매일 아침 딱 10분만 독서하면 나중에 가고 싶은 세계 여행 맘껏 갈 수 있다!’며 휴일마다 열심히 설파(?)한 덕일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휴일 아침이면 알아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침 독서의 특권이랄까? 휴일 아침 딸아이가 책을 읽을 때 아내와 이야기라도 나눌라치면 여지없이 “아이 참...”하고 눈치를 줍니다. 우리는 즉시 미안하다며 사과합니다. 하지만 어느새 딸아이의 경고는 잊은 채 또다시 이야기를 나누곤 합니다. 이제 딸아이는 무심한 엄마 아빠를 포기한 걸까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라도 신경 쓰지 않고 곧잘 책을 읽곤 합니다. 지금은 평일에도 아침 독서를 잊지 않는 것은 물론입니다.


아이들도 바쁜 아침, 내 아이가 하루를 시작하기 전 여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면 그 날 하루는 마땅히 다를 것입니다. 아침 10분의 독서가 우리의 하루를 어떻게 바꾸어주는지 내 아이와 함께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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