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열... 눈물로 얼룩진 편지
오랜 세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문구입니다. 이로서 아이들은 글쓰기가 불편해집니다.
유아시기에 글을 쓰며 느낀 감정은 평생의 기억에 남습니다. 아이는 즐겁게 글을 쓰고 부모는 항상 칭찬과 격려를 해 줌으로 글쓰기에 대한 격앙된 자신감을 갖도록 해 주어야 합니다.
우리 집 거실에는 커다란 꿈보드가 걸려 있습니다. 여기에는 아빠와 엄마의 꿈이 있고 딸아이의 꿈이 있습니다. 아이의 꿈은 주로 가지고 싶은 것들입니다. 저는 꿈보드를 아이의 글쓰기에 활용합니다. 아이가 갖고 싶은 사진을 붙이게 되면 메모지에 이것을 ’왜?‘ 갖고 싶은 지 적어보게 합니다. 막연하게 갖고만 싶었던 것에 이유를 적고자 하면 아무래도 생각을 할 수밖에 없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는 것이 곧 사고의 확장을 만들어가는 연습이 됩니다.
대부분 아이들은 독서 후 활동으로 적는 독서노트를 싫어합니다. 책은 많이 읽는데 독서노트는 정말 쓰기 싫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그랬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뭘 써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죠. 어른도 그렇듯 막상 책의 내용을 기억해내고 그 기억으로 글을 쓰고자 하면 쉽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독서노트를 적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독서노트를 적기 위해서는 책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그냥 재미있게 읽고 책을 덮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이나 나의 생각을 글로 남겨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습관이 되면 몰입하여 읽게 되고 자연스레 글쓰기도 수월해지고 재밌게 됩니다. 사고의 확장은 이렇게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아이에게 매번 같은 방법으로 독서노트 쓰기를 가르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금방 지치게 되죠. 한 번씩 아이와 함께 책의 표지를 만들어 보세요. 제목을 적고 재미난 그림을 그려 보는 겁니다. 한 줄로 내용을 요약해서 적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어릴 적엔 교과서 표지를 깨끗하게 쓰기 위해 벽에 걸어 두는 커다란 달력의 하얀 뒷면으로 책 표지를 만들어 씌웠습니다. 그때는 하얀 표지에 교과목 이름과 몇 학년 몇 반 누구인지만 적었죠. 다른 것을 적거나 그렸다간 선생님뿐 아니라 집에서도 혼쭐이 났으니까요.
아이들의 책이 깨끗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빛내주는 가장 좋은 친구인 책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를 작가가 되어 바꾸어 보게도 해보세요. 이때는 그림과 함께 주인공의 모습이나 표정을 함께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아이는 이 시간을 기다리며 독서를 즐기게 되기도 합니다.
책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부분을 동시로 표현하게도 해보세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기억나는 세 글자를 이용해 삼행시를 지어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이가 삼행시에 익숙해져 동시를 지으면서부터 행복한 웃음에 눈물지을지도 모를 일이에요.
아이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글로 적는 과정에는 반드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무엇을 쓸까?'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을 하면서도 ‘육하원칙’을 이용해 적어보게 하는 것은 글쓰기가 수월해지는 좋은 방법이기도 합니다.
질문에 있어 중요한 것은 반드시 ’왜?‘라는 의문을 가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사실, ’왜?‘라는 질문이 모든 독서 활동의 핵심이 되겠죠?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이 있다면 기록하도록 가르쳐주세요. 이렇게 하다 보면 배움의 기쁨을 아이 스스로 찾아갈 것입니다.
등장인물에게 편지를 써 보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편지를 적게 하면 보통 미취학 어린이님들은 인사와 함께 ’나는 00야 네가 조아. 사랑해.‘ 끝! 그럼 어때요? 우리 아이가 편지가 주는 감성을 한 번이라도 더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하잖아요?
정말로 독서노트 적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면 베껴 쓰기를 가르치는 것도 좋습니다. 베껴 쓰기 역시 글을 쓰는 좋은 방법입니다. 다만 아이들이 적기에 재미없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짧은 글이라도 괜찮으니 한 문장만 적도록 해보세요. 문장 여러 개를 적어보라거나 좀 더 긴 문장을 적어보라 재촉하면 아이는 금방 지루해할 수 있습니다. 글쓰기 습관은 조금씩 길러주어야 합니다.
지금의 글쓰기 습관은 내 아이의 미래를 결정합니다. 분명 독서와 글쓰기는 미래의 생존전략이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글쓰기의 실력은 어떻게 쌓아가야 할까요?
글쓰기의 기초는 독서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것은 아이의 어휘력이 독서에서부터 발달해 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책을 읽으며 알게 된 지식은 뇌에 저장됩니다. 이 지식은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에 배경지식이 됩니다. 독서와 글쓰기의 가장 밀접한 관계는 독서가 창의성을 개발하는데 최고의 도구라는 데 있습니다. 글쓰기는 창의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의 기초 역시 베껴 쓰기로 닦아가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차츰 글쓰기는 지식을 써 나가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써내려 가는 즐거움임을 알아가게 될 것입니다. 이처럼 독서와 글쓰기는 하나로 보아야 합니다.
언어학자인 펜필드 Penfield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아동기는 생애 중에서 어휘 습득력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다. 이때 습득된 어휘는 성인이 되어서 원활한 독서와 청취는 물론이고, 생각과 의사를 글로 쓰고, 말로 표현하는데 쓰인다. 언어 습득은 아동기 이후에는 생물학적 제약을 받아 둔화된다. 따라서 어휘력이 풍부하고 좋은 어휘를 사용하는 어린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기 독서가 결정적 역할을 한다.”
글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혹여, 아이가 독서록 쓰기를 너무 어려워한다면 주인공에 대해 차근차근 소개를 부탁해보세요. 등장인물의 소개만으로도 멋진 독서록이 만들어집니다. 아이는 등장인물을 소개하기 위해 책의 내용을 끄집어내고 생각을 이어나가게 되니까요.
어느 정도 수월하고 익숙하게 주인공 소개를 하게 되면, 방금 소개한 내용을 글로 소개해 달라고 해보세요. 아이는 기꺼이 펜을 들고 글 쓰는 것을 시도할 것입니다.
언젠가 딸아이가 친구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얼집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는 아빠의 시큰둥한 반응에 “설마 예진이 몰라?” 하더군요. 사실 그 친구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던 나는 아이에게 혼이 나고 그날 바로 친구들의 이름과 간단한 특징을 스마트폰에 메모해두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 친구들의 특징을 듣다 보니 아이가 많은 생각을 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이야기하며 그 친구의 특징을 글로 적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아이는 친구들의 특징을 하나하나 생각하고 글로 적었습니다. 가끔은 피아노 학원에 있는 친구, 동생, 언니, 오빠에 대해서도 새롭게 알게 된 특징이나 모습에 대해 글로 적어보는 놀이를 합니다. 이제 친구의 특징에 대해 제법 수준 있는 글을 적고는 한답니다. 이렇게 생활 속의 글쓰기로 아이의 글쓰기 수준을 높여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 되겠죠?
그나저나 우리 아이가 장문의 편지로 사랑을 표현해준다면... 어떠세요?
저는 오열할 거 같은데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