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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탁건 Feb 18. 2019

아빠의 품 속에서 읽는 동화, 그리고 행복

물고기 소리를 연구하는 아빠

아빠의 품 속에서 읽은 동화의 기억만큼 좋은 치유가 있을까요? 이러한 경험으로 아이는 마음의 평화를 얻게 됩니다. 

책을 읽어달라는 아이의 요청에 시작은 앉아서 읽습니다. 그러다 한 권을 다 읽고, 한 권을 더 읽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면 저도 모르게 조금 드러눕는 자세가 됩니다. 그렇게 한 권, 두 권 읽다 보면 어김없이 눈이 감기며 가끔 잠꼬대까지 하곤 하는데요, 비몽사몽간에 웅얼웅얼거리고 있노라면 딸아이는 나를 그윽하게 쳐다보고 있습니다.

눈이 마주치고 내가 머쓱하게 웃으며 "아빠 졸았어?"하고 물어보면 "응"하고 대답하는데, 이 경고성 대답은 한 번뿐입니다. 두 번째부터는 가차 없습니다. 조는 즉시 큰 소리로 “아빠!!“를 불러댑니다. 하지만 이미 졸리기 시작하였는데 이를 어쩌겠습니까. 나를 불러 주는 그가 하나님이 아닌 사랑스러운 내 아이라는 이유로 잠에서 쉽게 깨어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왜 포기란 걸 모르는 걸까요... 서너 번 불러보다 안 되겠다 싶으면 포기할 만도 하건만 친절하게 아빠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소리 내어 불러줍니다.

어느 날, 너무도 사랑스럽게 앉아 책을 읽는 딸애의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다가 눈이 마주쳤습니다. 딸아이는 대뜸 "아빠, 책 읽어줘."라고 합니다.

“좋아. 그럼 도연이가 한 권 고르고 아빠가 한 권 고를까?” 그랬더니 "아니~"하고 딱 잘라 말하며 아빠만 한 권 골라서 읽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이 너무 웃기고(?) 귀여워 책을 고른 후 아이에게 이리 와서 앉으라며 제 다리를 탁탁 쳤습니다. 아이는 쪼르르 달려와 아빠 다리 위에 척! 앉았습니다.

책을 읽으며 같이 웃기도 하고 감동도 하고, 책 속에 그려져 있는 작은 그림들은 숨은 그림을 찾기도 하고. 그렇게 함께 책을 보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한 권을 읽고 아이는 책 한 권을 또 골라왔습니다.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한 권 더 읽어 달라고 합니다.

이렇게 몇 권의 책을 읽는 동안은 전혀 졸리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아이랑 동화책을 같이 읽을 때면 자주 다리 위에 앉혀서 읽어 주곤 합니다. 그렇게 책을 읽다 보니 아이도 역시 재밌고 좋은지 책을 들고 쪼르르 와서는 아빠 다리 위에 척~ 앉고 봅니다.




우리는 읽은 책을 주제로 연극 놀이도 합니다. 라푼젤, 인어공주, 백설 공주를 읽은 날엔 어김없이 연극 놀이를 합니다. 라푼젤은 탑 위로 줄을 잡고 가는 마녀 역할을 아빠가 하는 것을 좋아하고, 인어공주는 마녀가 에이리얼의 목소리를 뺏는 역할을 나쁜 목소리로 아빠가 연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백설 공주는 마녀가 독 사과를 백설 공주에게 주고, 백설 공주 그러니까 지가 독 사과를 먹고 쓰러지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여러 연극 놀이를 하며 가장 쉽지 않은 연극이 있는데 바로 백설 공주입니다. 백설 공주에는 제가 소화해 내야 하는 등장인물이 참 많습니다. 딸아이는 백설 공주를 책으로도 많이 읽었지만 디즈니 만화영화도 수없이 본 터라 출연진들의 대사를 쬐끔은 외우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연극 놀이를 하며 쉽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내용이나 대사가 기억나지 않을 때면 그 스토리의 진행이 어디든 상관없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어린이들의 성향은 아마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믿고 싶습니다.


이제 사랑스런 딸아이는 9살이 되었습니다. 책을 들고 아빠에게 다가오면 살살 앉으라는 부탁 먼저 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금은 쥐가 나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해야 하지만 여전히 그 시간은 참으로 행복합니다.

저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다리 위에 앉아 책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쉽게도 책을 함께 본 기억도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딸아이가 아빠와 함께 책을 읽으며 느끼는 그 감정을 오롯이 공감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웃고 떠들 때 내 아이의 감정이 어떨지는 알 듯도 합니다.


사실, 아이와 함께 책을 본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나는 준비가 되어 있지만 아이가 준비되어 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는 준비가 되어 있는데 정작 내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어느 쪽이든 결국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처음과 끝은 항상 부모의 독서 습관이 내 아이의 독서 습관을 결정하게 되니까요.


아빠가 TV를 볼 때 아이 혼자 책을 보진 않습니다. 아빠가 스마트폰을 보고 컴퓨터로 게임을 할 때도 아이는 혼자 책을 보진 않습니다. 아빠가 TV를 좋아하면 아이도 TV를 좋아합니다. 아빠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게임을 하고 있으면 내 아이도 그러한 모습을 보고 닮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는 부모를 보며 습관을 만들고 부모에게서 도덕성을 배우고 인성을 만들어 갑니다.

아이가 성장함에 있어 바른 인성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인성이야 말로 내 아이의 최고 경쟁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EBS 다큐프라임- 아이의 사생활 5부작>에서도 아이의 인성이 훗날 최고의 경쟁력이 됨을 이야기합니다. 아이의 인성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두 가지라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부모에게서의 배움

두 번째, 책에서의 배움


저는 경비실 앞을 지나갈 때면 어김없이 인사를 드립니다. 인사드리는 것을 처음 본 딸아이의 반응은 “아빠 아는 사람이야?“였습니다. 나는 딸에게 저분께서 얼마나 감사한 일을 하시는지, 인사는 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얼마나 기쁜 일이 될 수 있는지 등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요즘은 경비실 앞을 지날 때면 딸아이가 먼저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드립니다.

또 언젠가 있었던 일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주차 공간이 모자라 저녁이면 부득이 이중 주차를 하곤 하는데요. 딸애와 저는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아주머니 한 분이 이중 주차되어 있는 차를 이동시키려 낑낑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스크림 봉지를 아이에게 잠깐 건네고는 아주머니와 함께 차를 이동시켜주었습니다. 아주머니는 고맙다며 여러 차례 인사하셨고 우리 역시 기분 좋게 인사하고 돌아오는 길에 딸아이가 '엄지 척!'을 해 주었습니다. 기쁘기도 했지만 '항상 아이의 본보기 대상이구나' 뜨끔하기도 하였답니다.


간혹 아이의 교육 문제는 ‘엄마가 알아서 할 일이다‘라고 말하는 아빠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앞서 칼 비테라는 아빠 모델을 소개하였습니다. 교육뿐 아니라 아이가 세상과 어울림에 있어 최고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인성, 도덕성은 엄마의 영향도 중요하지만 아빠의 역할 역시 크다 할 수 있습니다. 그중 가장 쉬운 아빠의 역할은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것입니다. 아빠와 책 읽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아이의 인성, 도덕성은 제대로 성장해 나가게 됩니다.




아빠에게서 사랑과 감사를 배우도록 해주세요. 아빠와 함께 읽는 책 속에서 용기와 지혜를 배우도록 해주세요. 지금 당장 내 아이를 무릎 위에 앉히고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탤런트 적 소질을 발휘하여 동화를 들려주세요. 아이는 소심하게 오버하는 아빠의 모습에도 까르르 웃으며 행복해할 것입니다. “아빠 좋아”라는 말도 들을 것이고 “아빠 최고”라는 찬사도 받을 것입니다. 동화 속 공주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야 하고 가끔은 물고기 소리를 요구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잠깐의 부끄러움은 아빠의 몫인 것을요. 아자아자! 파이팅입니다!

상반기, 「책 읽기로 시작하는 아빠 육아」 정식 출간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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