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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 Feb 12. 2022

테니스 레슨에서 좋은 코치란

1. 테니스 레슨



삼십육계 줄행랑, 아니다 싶을 땐 적당한 시기에 퇴각을 결정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왔기에 짧은 테린이 인생에 다섯 명의 코치님이 날 스쳐갔다. 누군가는 일단 진득하게 배워야 한다고 반문할 수 있겠으나 유전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는데 답 없이 꾸역꾸역 붙잡고 있는 건 미련하다는 게 내 지론이다.   

  


첫 코치님은 나이가 많은 할아버지였다. 유교문화에서 자랐기에 어른을 공경하며 배움을 실현하고자 했는데 자꾸 생각보다 나에게 보기보다 나이가 많다는 식의 거슬리는 사담을 했고, 결정적으로 레슨 방식과 스윙 폼 등이 모던 테니스와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원래 테니스는 멋에 살고 멋에 죽는 운동이라 폼이 이상하면 공을 잘 넘기고 포인트를 내도 뭔가 ‘잘 친다’는 느낌이 안 산다. 초보인 나도 뭔가 답이 없을 것 같아 한 달 배우고 도망쳤다. 나중에 이 코치를 알았던 몇몇 이들도 “잘한 선택이었다”라고 했다. 빛의 속도로 한 첫 이별.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에 퇴근 전후, 회사나 집 근처 정도에서 후보군을 추렸고 회사에서 25분 거리에다가 저녁시간이 비어있던 곳이 낙점됐다. 코치 이력을 꼼 꼼꼼히 따지는 게 좋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내 나름엔 공손하게 문자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코치님의 이력을 좀 알 수 있을까요?”     





다행히 좋은 분이셔서 살짝 당황하는 듯했지만 곧장 입상과 지도 이력에 대해 세세하게 읊어 주셨다. 어차피 모든 코치님이 나 같은 테생아(테니스+신생아의 합성어)를 가르치는 데는 큰 무리는 없겠으나 막 배우고 싶지 않은 현명한 소비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랄까...... 첫날 대면한 코치님은 키가 엄청 컸고, 서글서글한 인상에 사람이 참 좋아 보였다. 초등학교 때 하루에 토스 1000번을 해야 한다던 코치님과는 다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쳐보라며 공을 던져주셨다. 포핸드, 백핸드, 발리....... 머리론 나달인데 몸은 나다. 괜히 있지도 않을 내 원래 실력보다 못 친 것 같고 '아 이렇게 치는 게 아닌데' 란 생각이 여러 번 들쯤 “알겠습니다”하며 테스트(?)는 끝났다. “나쁘지 않은데요?”란 다각도로 해석될 수 있는 모호한 코멘트를 남기고 우리의 두 번째 여정은 시작됐다.      



실내, 실외도 중요한 고려 사안 중 하난데 일장일단이 있다. 실외는 실전과 똑같은 환경이 장점이나 날씨 변수가 너무 커서 빈정이 상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눈, 비, 황사 등 기상 악화로 취소된 레슨은 대개 보강해주지 않기에 장마철엔 한 달에 두세 번 나가고 끝나는 비극적인 사건도 생긴다. 이 업계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마 대부분 코치는 날씨에 대해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고, 일일이 보강 스케줄을 잡다 보면 모든 게 같이 꼬이기 때문인 듯하다.        




두 번째 코치님이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업계에선 정말 흔치 않은 ‘보강’을 해주셔서다. 비단 날씨뿐 아니라, 개인적인 스케줄로 빠졌을 때도 말만 좀 예쁘게 잘 드리면 흔쾌히 주말로 일정을 잡아주셨다. 함께 성장하면 좋은 인연이었으나 출근지가 변경되면서 그만두게 됐다.   


   

세 번째 코치님은 집 가까운 테니스장에 빈 시간을 구하다 보니 연이 닿았다. 20대 후반 내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 코치님이었다. (친해지기 전에 그만둬서 나이는 못·안 여쭤봤다) 레슨보다는 연습볼만 내내 던져준다는 느낌이 강했는데, 마침 겨울이 되고 실내테니스장에 자리가 생겨 그만뒀다. 한 지인은 코치가 말을 너무 많이 하고 공을 안 던져줘서 불만이라고 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마다 기호와 스타일이 다르기에 자신과 잘 맞는 코치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네 번째 코치님은 경력이 우수했고 가장 비싼 레슨비를 지불했으나 인풋 대비 아웃풋이 석연찮았다. 항상 레슨에 3~4분씩 늦었는데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는 분 단위도 돈이고 공 줍는 시간까지 레슨에 포함되기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고 기분이 나쁘기 마련이다. 



잦은 일은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급한 전화도 아닌데 통화를 하거나 핸드폰을 계속 보는 건 레슨에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그렇다고 이런 것들을 감내할 정도로 엄청난 가르침을 받은 것도 또 아니어서 다른 곳에 자리가 나기 전까지 3달 정도 배운 뒤 그만뒀다. 자신이 유능한 것과 또 가르치는 것과는 별개일수도 있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든 레슨이었다.      




이후 다섯 번째 코치님을 만나 일 년째 레슨 중이다. (이 여정은 현재 진행 중이며 다음 기회에 자세히 적도록 하겠다) 레슨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 그만두게 된 결정적인 이유를 중점적으로 서술하다 보니 단점이 부각될 수 있으나, 충분히 훌륭하고 장점도 많은 분들이라 혹시 테니스 코치님들이 이 글을 보더라도 ‘소비자 입장은 이렇구나’ 정도로 알고, 너무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한다. 



레슨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실시간 교정’이다. 나의 고질적인 테니스 질병 중 하나는 공을 너무 뒤에서 맞추고 타점이 낮았는데 그럴 때마다 불호령이 떨어졌다. “앞에서 앞에서”, “떨어지는 공치지 마”, “지금지금 쳐”. 계속 날아오는 공에 정신이 혼미해지기도 했지만 공 하나하나를 치면서 잘못된 습관과 멀어지려 분투했다. 생각 없이 치면 100개든 1000개든 팔다리만 움직이는 꼭두각시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라켓을 잡았다던 아버지가 내가 테니스를 다시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이 있다. ‘최소 1년은 레슨을 받아라. 그게 앞으로의 테니스 10년을 좌우한다’. 수 천 개의 공을 때리면서 근육과 신경을 연마해 의식을 넘어 무의식적이고 본능적으로 공을 때릴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공을 치는 데는 반사 신경뿐 아니라, 다리, 손목, 몸통 등 생각보다 종합적인 운동 감각이 필요하다.      



코치님마다 지도 스타일도 달라 스트로크, 발리까지 빠르게 알려주고 계속 반복학습을 하는 경우도 있고 스트로크만 1년 이상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서로의 스타일과 합이 잘 맞는 게 참 중요하다. 레슨도 결국 인간관계라는 큰 틀 안에 있기에 코치님을 존중하고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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