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의 게스트하우스
경주 한 달 살기, 가장 먼저 부딪힌 건 '어디서 지내지?'라는 질문이었다.
숙소를 정할 때 내가 생각해야 조건들은 이랬다.
1) 운전면허 : 있지만 살인면허. 운전은 못한다.
2) 재정상황 : 백수. 1박에 5만원이 심리적 마지노선.
3) 담력 : 0 (겁 많음. 외진 골목이나 사람이 없는 숙소는 무서움)
4) 주량 : 0.1 (술 잘 못 마심. 요란한 파티가 있는 곳은 기피함)
다행히 경주 한 달 살기 지원금도 나왔고,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덕분에 숙소 협찬을 받기도 해서 55일 동안 다양한 곳에서 지내볼 수 있었다.
그래서 올해 내가 지낸 경주 숙소는 게스트 하우스 총 5곳, 풀빌라/독채 숙소 3곳, 한옥 숙소 2곳. 경주에서 총 10개의 숙소에서 지냈다. 그중에서 이번에는 게스트하우스 5곳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자주 가게 되는 숙소가 아마 게스트하우스가 아닐까? 나도 그랬다. 예산 범위에 맞는 숙소를 고르려면 보통 선택지는 게스트하우스나 모텔 정도로 좁혀지는데, 난 늘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경주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해보려고 한다. 개인차가 있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숙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 취향에 맞는 숙소들을 소개한다.
첫 번째 미드나잇인경주,
가격 : 평일 기준 1인 5만 원 수준
위치 :
추천 대상
1. 단기로 여행하는 사람들 (세탁이나 요리 필요 없는 사람들)
2. 경주로 1인 출장 있는 분들
3. 남/녀 혼숙이 필요 없는 분들
장점,
1. (위치) 경주의 금리단길을 구경하기 좋다. 금리단길은 황리단길에 비해서는 덜 알려졌지만 예쁜 카페들과 소품샵들도 있으면서 상대적으로 한적한 곳이다.
2. (시설) 최근에 오픈한 숙소라서 시설이 좋다. 공용 공간이 넓고 책도 많다. 거의 스몰 북카페 수준이다. 이 공간에서 간단한 업무처리하기 좋고, 간단하게 음식 조리도 가능하다. 개인 욕실도 넓은 편!
3. (서비스) 사장님이 열정적이다. 사장님이 열정적이셔서 게스트하우스 손님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게스트하우스 공용 공간에 보면 사장님에게 남기고 간 편지가 가득 있다. 그리고 실제로 좀 스윗하셨다. 내 짐도 옮겨주심...
이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단점이라고 한다면 게스트하우스 치고는 가격대가 아주 살짝 있는 편이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 출장으로 오신 분들에게 더 추천하는 것이기도 하다.
두 번째, 오늘의 경주
가격 : 평일 기준 1인 3.5만 원
위치 :
오늘의 경주는 놀랍도록 미드나잇인경주와 구성이 비슷하다. 내가 미드나잇인경주 > 오늘의 경주 순으로 숙소 이동을 했는데, 아무리 봐도 이상해서 미드나잇인경주 사장님에게 질문도 했었다.
"근데 오늘의 경주도 사장님 거예요?"
답변에 따르면, 사장님 거는 아니고, 사장님 거였던 것이었다고 한다. 원래 오늘의 경주를 먼저 오픈했었는데, 그 게스트하우스를 팔고 미드나잇인경주를 새로 오픈하셨다고. 그러니까 오늘의 경주는 전작, 미드나잇인경주는 그의 신작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구성이 상당히 비슷하지만 약간씩 규모가 더 작다.
추천 대상
1. 단기로 여행하는 사람들 (세탁이나 요리 필요 없는 사람들)
2. 경주로 혼자/소수로 여행 오신 분들
3. 남/녀 혼숙이 필요 없는 분들
장점,
1. (위치) 경주역 폐역과 가깝고, 다른 곳들도 걸어서 다니기 괜찮은 위치다. 근처에 경주성동시장이라고 있는데, 여기도 내가 좋아하는 시장이었다. (싸다!) 각종 먹거리가 저렴한 편이고, 저녁에 가면 떨이로 싸게 음식을 주신다.
2. (시설) 미드나잇인경주와 비슷한 느낌인데 공간이 조금씩 더 작고 오래되었다는 느낌이다. 그 대신 가격이 1.5만 원이나 저렴하니까!
3. (서비스) 내가 예전에 상상하던(?) 게스트하우스 분위기랑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사장님이 게하 손님들과 함께 모임을 많이 추진해 주셨다. 난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지만, 다들 재미있게 어울리시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에는, "영어 좀 잘하세요?"라고 물으셨는데, 외국인 게스트와 모임을 추진하느라고 그렇게 물으셨던 것이었다.
세 번째, 엘리게스트하우스
가격 : 평일 기준 1인 3.5만 원
위치 :
처음 경주 한 달 살기를 시작했을 때, 여러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엘리게스트하우스에도 하트 표시를 해뒀는데, 막판에 누락해버리고 말았다. 근데도 엘리게스트하우스에 한 번은 지내보고 싶어서 나중에 따로 엄마랑 경주여행에 갔을 때 엘리게스트하우스를 찾기도 했다.
추천 대상
1. 단기로 여행하는 사람들 (세탁이나 요리 필요 없는 사람들)
2. 경주로 혼자/소수로 여행 오신 분들
3. 남/녀 혼숙이 필요한 커플들
4. 조식제공 서비스를 원하는 분들
장점,
1. (위치) 경주 읍성과 가깝다. 읍성을 잘 모르는 분들도 있는데, 낮에 산책하기에도 좋고 야경도 멋진 곳이다. 그리고 이쪽에 <서점북미>라는 독립서점이 있다. 영화를 컨셉으로 하고 있어서, 구경하면 재미있는 책들이 많다. 북카페 <이어서>도 도보로 15분 정도
2. (시설) 깔끔하다. 1층 공용공간도 주방이 깔끔하다. 전체적으로 조용하고, 지금까지 숙소들 중에서 방문이 가장 튼튼하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3. (서비스) 이 가격에 간단한 아침 조식(셀프)을 제공해 주는 것이 너무 좋다. 미드나잇인경주, 오늘의경주 사장님에 비해서 조금 나이가 있으신 사장님이신데, 그래서인지 조금 더 따뜻한(?) 느낌이 나는 분이셨다. 주변 맛집리스트까지 보내주시는 다정함을 겸비하셨다.
네 번째, 스테이뜰
가격 : 평일 기준 2인 3.8만 원
위치 :
내가 경주에 있으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곳이 바로 스테이 뜰이다.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1) 다른 게스트하우스들은 한 달 정도의 예약을 미리 받는다. 그러니까 두 달 뒤 숙박은 예약이 안 되는 경우가 있다.
2) 한 번에 일주일 정도만 예약이 가능한 경우도 있다.
경주 한 달 살기를 하는 기간에 온갖 휴일이 다 껴 있었기 때문에, 미리 숙소에 대해 확정을 하고 싶었던 나는 당황스러웠다. 그때 찾은 곳이 스테이 뜰이었다.
추천 대상
1. 경주 장기여행 오신 분들. (세탁기/건조기 있음)
2. 경주에서 가끔 차량 운전이 필요한 분들 (쏘카존!)
3. 남/녀 혼숙이 필요한 커플들
4. 1인 전용 숙소는 없으므로, 2인 여행 오신 분들
장점,
1. (위치) 경주 폐역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주변에 타실라존도 있다. 심지어 숙소 자체가 쏘카존이라서 차를 빌리고 반납하기에도 용이하다고 한다. 걷기/자전거/차량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들이 많은 곳
2. (시설) 깔끔하다. 1층 공용공간도 깔끔하고, 루프탑 공간도 예쁘다. 날씨가 좋으면 차마시기에도 좋은 곳이다. 딱 필요한 것들이 있는 숙소다. 건조기가 있는 건 너무 최고였다.
3. (서비스) 머물면서 실제로 사장님을 마주친 적은 거의 없다. 비대면으로 체크인, 체크아웃하게 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그게 편했다.
4. (가격) 1인 전용 숙소가 없지만, 1인이더라도 3.8만 원이라는 가격이 괜찮다. 2명이 여행하는 거라면 정말 가성비 넘치는 여행이 가능하다.
다섯 번째, 청춘호스텔
가격 : 평일 기준 2인 5.6만 원 / 4인 기준 10.4만 원
위치 :
청춘호스텔. 다섯 개의 게스트하우스 중에 유일하게 내가 예약하지 않은 게스트하우스다.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가게 된 게스트하우스. 아마 이 중에서는 대릉원과 가장 가까운 게스트하우스가 아닐까.
추천 대상
1. 경주에 4~6인 단체여행 오신 분들
2. 조식 서비스가 필요하신 분들
3. 대릉원, 경주터미널과 가까운 숙소 선호하는 분들
장점,
1. (위치) 경주 대릉원, 경주터미널과 가깝다. 심지어 숙소가 왕릉뷰다. 지금까지 숙소들 중에서는 가장 역세권(?)이라고 생각한다.
2. (시설) 공용공간 1층이 깔끔하고 아늑하다. 숙소 자체는 약간 노후화된 느낌이다. 화장실이 특히 엄청 좁아서 씻기 조금 힘들었다.
3. (서비스) 조식이 셀프서비스가 아니다. 직접 찰보리빵도 구워주시고, 나름 가벼우면서도 건강한 식사 하게 되는 느낌.
이 중 어디에 가도 멋진 경주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나머지 숙소는 투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