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영국 여행을 계획한 이유는 참 단순했다.
“영국에서 히스토리 보이즈 20주년 투어 한대!!!”
“진짜? 영국에서 히스토리 보이즈? 당연히 가야 하는 거 아님??”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의 내용은?
1980년대 초 영국 북부 지방(셰필드)의 한 고등학교,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에 입학하기 위한 특별반 학생들의 이야기. 가르치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선생님과 다양한 특징을 지닌 학생들이 시간을 보내며 동경, 질투 등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 영국이 배경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우리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정말 가게 될 줄은 몰랐지만. 원래 우린 좋아하는 작품을 보기 위해 여수, 안양, 부산 등 지방 공연을 보러 갔다. 그렇게 공연은 핑계일 뿐(정말 한 번만 봤기 때문에) 나름 알찬 국내 여행을 했다. 어쨌든 히스토리 보이즈 투어 소식을 알게 된 당시, 우리는 모두 퇴사 생각이 있었기에 어렴풋이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나는 생각보다 빨리 퇴사를 해서 시간적 여유와 퇴직금(!)이 생겼지만, 동생은 어쩐지 퇴사가 미뤄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동생은 회사에 승부수를 띄었고 허락이 떨어졌다. 지금 회사에서 3년 차. 근속 안식휴가(리프레시 휴가)가 없는 곳에서 2주나 빼는 건 무리인 듯했지만, 본인 연차 쓰겠다는데 뭐 말릴 명분은 없어 보였다(내 동생 연차도 안 쓰고 열심히 일했구나).
이렇게 또 한 번 무대가 주는 매력을 느낀다. 오로지 그 공간에서만 볼 수 있는. 9,050km 떨어진 곳까지 떠나게 만드는. 회사 다니면서 유럽 여행, 물론 할 순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도 별다른 이유(=연극)가 없었더라면 "유럽 가고 싶다."생각에만 그쳤을 게 분명하다. 히스토리 보이즈는 방아쇠 역할을 해주었고, 그 안에서 마우스피스, 빈센트 반 고흐, 랭보, 클로저, 미드나잇 인 파리까지 느낀다. 또 연극과 뮤지컬도 핑계일 뿐 더 나아가 문화와 사람의 힘을 느끼고 온 여행기를 펼쳐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