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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의 테마는 전화위복

by 일월 Jan 25. 2025



이번 여행은 탈이 참 많았다. 하긴 집 떠나기 전부터 비행기 지연 소식을 들었으니. 하지만 워낙 유럽은 비행기나 기차 지연과 취소가 많다고 해서 긴장(?)하고 있었고 별로 대수롭지 않았다. 그 후 정말 기차가 모두 취소되어 런던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기 전까진.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깨달음을 얻게 해 준 사건도 이때 일어난다(영국 말번에서 만난 인연은 추후 다른 글에서).



여행 떠나기 전, 영국 일정은 확정되었지만 "파리는 아직 일주일 남았으니까"하고 미뤘다. 이래 봬도 믿기지 않겠지만 둘 다 MBTI P는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J.. 그렇게 영국 가서 하자 하고, "오늘은 하자!" 그러곤 숙소 가자마자 곯아떨어지고, 그렇게 계속 미뤄지던 중. 드디어 파리로 넘어가기 하루 전날 루브르, 오르셰, 생트샤펠 입장권을 확인하기 이른다.



참 발등에 불 떨어져야 열심히 찾는다. 변명하자면 나는 경험하지 않은 것에 별로 관심이 생기지 않고, 미리 찾아보지 않는 편이다. 그래서 휴대폰이나 고액의 물건을 사기 전이 아니라 사고 나서 (잘 샀는지) 열심히 찾아보는 아주 안 좋은 습관도 있다. 아니면 이렇게 대책을 찾아야 할 때 눈에 불이 켜지는 법. 알고 보니 파리의 많은 박물관이나 미술관들이 월요일 휴무가 많아서 월요일엔 화요일 휴관인 루브르로 몰린다는 글을 보게 된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아무래도 주말에 사람이 많겠지?”하고 월요일에 가려고 했는데. 공식 홈페이지를 보니 역시 월요일은 거의 모든 시간이 예약 마감. 우리는 망설임 없이 일요일로 일정을 바꾼다.



우리가 정해 놓은 파리에서 일정들은 마지막 하루 빼고 요일이 모두 뒤섞였다. 하지만 덕분에 우리가 머무는 동안 날씨가 썩 좋지 않았던 파리에서, 가장 날씨가 좋았던 날에 에펠탑을 볼 수 있었고. 루브르는 메인인 피라미드 입구로 예약한 시간에 딱 맞춰 20분 정도 기다리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오히려 오르셰를 더 오래 기다린 듯하다). 또, 생트샤펠만 보고 싶은데 왜 다 끼워 팔기 하는 거냐며 불평했던 콩시에르주리는 안 갔으면 후회했을 정도로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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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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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트샤펠 & 콩시에르주리



파리 뮤지엄 패스를 고민했던 우린 뮤지엄 패스를 사 버리면 모든 걸 도장 깨기 하며 빡빡한 일정을 포기하지 못할 게 분명해서 4일 동안 유료 관람은 루브르, 오르셰, 생트샤펠만 하기로 결정했다(3개 각각 합쳤을 때 뮤지엄 패스보다 쌌다). 원래 콩시에르주리는 마리앙투아네트가 있던 감옥이란 설명만 보고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생트샤펠 입장권만 파는 건 공식 홈페이지뿐이었고, 우리가 봤을 때 가능한 날은 이미 끝나버려서.. 할 수 없이 마이리얼트립에서 콩시에르주리랑 합쳐진 걸 샀다는 사연이 있다.



생트샤펠은 사진에 반해서 꼭 가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사진이 훨씬 예쁠뿐더러 좁은 편이라 별 감흥이 없었다. 콩시에르주리에서는 가이드 태블릿이 진짜 최고.. 생트샤펠만 갔다면 실망했을 텐데 "아 이래서 같이 파는구나"하고 수긍했다. 그리고 여담으로 여기서 한국인을 제일 많이 봤다!



콩시에르주리 가이드 태블릿 맛보기



한편, 파리로 넘어가는 날, 어김없이 비행기는 지연되었다. 한 번의 지연 후, 또 한 번의 지연. 생각했던 시간보다 훨씬 늦게 자정이 넘어 숙소에 도착했다. 파리에서 숙소는 한인 독채 민박이었는데, 체크인할 때 거실 불이 고장 났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갑자기 부엌 불도 안 켜진다는 소리와 함께. 그리고 다음 날 설상가상으로 동생이 와인잔까지 깨뜨린다.



처참한 와인잔...처참한 와인잔...



하지만 또, 여기서 예상치 못했던 인연을 만나게 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정말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부정적인 경험이 긍정적으로 변할 때의 감정이 매우 뜻깊고 소중하다는 걸 알기에 이번 여행에서 허투루 여길 경험이 하나도 없었다는 게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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